마음에게 이유를 묻다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8.08. 17:00

‘가성비(價性比)’뿐 아니라 ‘가심비(價心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소비를 할 때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 걸까?

가심비 중심의 소비 행동

85년 동안 악어 로고를 사용해 온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는 얼마 전 악어 대신 원숭이, 돌고래, 코뿔소 등 10여 종의 다른 동물들을 로고로 사용한 티셔츠를 발매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가격은 모두 180달러로 동일했지만, 로고별 한정 판매 수량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는 라코스테가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실행한 <Save Our Species> 캠페인의 일환으로, 판매 수량을 실제 지구상에 남아 있는 해당 동물의 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로고를 포기했음에도 이 제품은 순식간에 매진됐고,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다소 비싸고 객관적인 품질 수준은 그리 높지 않더라도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심비’ 중심의 소비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유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브랜드는 어떤 것일까? 행동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유에 근거한 선택 이론(reason-based choice theory)” 에 따르면, 소비자는 구매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하기 쉬울 뿐 아니라, 타인에게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비자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에 스스로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의 소비에 대한 타인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브랜드의 성패는 결국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가졌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 여기에 ‘Republic of Fritz Hansen’이라는 100만 원짜리 덴마크에서 온 고급 의자가 하나 있다.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여러분이 마케터라면 어떻게 소비자를 설득해야 할까? 그렇다.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첫 월급을 타면 흔히들 부모님에게 드릴 빨간 내복을 구매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그렇게 대답한다.

반면에 덴마크인들은 첫 월급을 타면 큰돈을 들여 최고급 의자를 구매한다고 한다. 왜일까?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자야말로 사색의 공간이고, 의자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인 행복을 위한 상식이라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 브랜드의 독특한 디자인도 구매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100만 원의 돈을 쓰는 소비자의 구매 합리화를 위해서는 마음에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 Republic of Fritz Hansen

최근 들어 가격은 착하지 않더라도, 마음과 행동이 착한 브랜드에 열광하고 돈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착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스스로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과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셜미디어라는 매체는 소비자가 자신의 아름다운 행동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 자체보다 소비 과정에서 얻는 특별한 경험

2018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로 자주 회자되는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 중요한 시대’라는 말은 자칫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저가이고, 가심비가 높은 제품은 고가인 것으로 착각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오해는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가격’이라는 분모에 비례한 성능과 심리적 만족감을 판단한 결과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비싼 제품도 성능이 매우 좋다면 충분히 가성비가 높을 수 있고, 사소한 행복감을 주는 매우 저렴한 제품도 가심비가 높을 수 있다.

특히 요즘 20대가 주도하는 가심비 중심의 소비는 사실 고가의 제품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해 구매력이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이 판단하는 심리적 만족감의 기준이 기성 세대들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대들은 나노블록이나 공룡 탐사 키트처럼 누가 더 쓸데없는 물건들을 선물하는지 경쟁하는가 하면, 이를 타깃으로 하는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등장했다. 그들은 쓸데없는 선물들을 주고받은 기록들을 SNS에 인증하고 서로 댓글을 남기며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

최근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부장껌, 사장껌, 데스노트, 분노 캔들, 고함 항아리 등에 열광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 제품들은 결코 비싼 제품들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 그 자체보다 소비 과정에서의 특별한 경험치를 선물한다.

Ⓒ 웅진식품

요컨대 가심비가 중요한 소비 시대에 우리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격 수준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또 동일 시대에 세대 간 다르게 나타나는 심리적 만족감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 했다면, 지금은 쾌락적이고 유희적인 소비 또는 착한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가성비가 결정하던 시대가 가고 또 다른 기준들이 중요해진 소비 시대가 찾아왔다는 표현이 바람직해 보인다. 새로운 소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끊임없이 마음에게 이유를 묻고 그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