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어디까지 해 봤니? | 제일기획 블로그
2019.03.11. 09:21

‘착한 소비’란 개인의 소비 행위가 이웃, 사회, 나아가 환경에까지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를 말한다. 개도국의 농민들에게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는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거나 어린 노동자를 착취한 제품 또는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한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 환경 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착한 소비의 사례들이다.

다양하게 확산되는 착한 소비

착한 소비 운동의 역사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짧지 않다. 그러나 착한 소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의미 있는 규모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의 ‘2017 착한 소비 경험 및 관련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이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면 약간 비싸더라도 살 의향이 있다”라고 답한 소비자가 68%였다. 또한 두 명 중 한 명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고, 세 명 중 한 명꼴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약자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해 봤거나 지역 공동체나 생산자를 살리는 소비에 동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의 내용과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제품 사용과 사회적 배려 계층이 생산하는 제품의 소비 외에 서비스 분야에서의 착한 소비 증가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결혼식이나 돌잔치, 생일 잔치의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행사를 대신하고 하객들의 축의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거나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거나 하는 것이다.
기업 직원들은 거창한 연말 회식을 줄이고 그 비용으로 봉사와 재능 기부라는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행사를 하는 경우에도 하객을 위한 답례품을 친환경 제품이나 공정무역 제품, 사회적 기업 제품으로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품 가격의 일정액을 사회에 기부하거나 환원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것도 트렌드이다. 신발을 하나 살 때마다 제3국 어린이들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탐스슈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신발을 살 때마다 기부에 동참하는 착한 소비를 하는 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비 욕망은 물론 이타성도 만족시키고, 나아가 해당 제품을 통해 본인의 사회적 의식을 과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모델로 음식점이나 신용카드사, 통신사, 화장품 회사, 여행사 등 다양한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 탐스슈즈 이후 유사한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늘었다. Ⓒ instagram.com/TOMS

착한 소비에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도록 압박하기도 한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경우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도록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 왔는데, 이를 수용해 일정 비율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늘날에는 정부 기관이나 일부 기업도 기관 운영이나 생산에 필요한 재료의 일정 비율을 취약 계층이나 지역 생산자에게서 우선 구매하거나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며 구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이에 보답한다.


▲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starbucks.com

 

확대, 지속돼야 할 트렌드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 증가세는 실질적으로 아직 미미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직은 애매한 착한 소비의 의미이다.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은 환경에 도움이 돼서라기보다 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무역의 이점은 때로 로컬 소비의 지향점과 엇갈리고 의약과 화장품, 축산 산업에서의 동물 보호 문제는 안전성이나 비용 문제와 공존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착한 소비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관련 제품에 대한 불신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2/3 이상이 착한 소비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일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천연 재료를 활용했다고 그린워싱을 하는 제품들이 많은 영역에서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소비는 확대되고 지속돼야 할 트렌드다. 몇몇 앞선 선진국들이 누려 왔던 방식대로의 발전을 앞으로 다른 저개발국 사람들이 같이 누리려면 지구가 7개 필요하다는데, 우리가 가진 지구는 하나뿐이다. 개인적 소유욕과 소비 욕망을 무한하게 허용하는 식의 발전은 단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착한 소비는 제3세계가 선진국의 풍요를 누리면서 비용은 줄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발전 모델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착한 소비에 대한 합의가 어렵더라도 우선 작더라도 실천 가능한 소비 사례들을 발굴해 보자. 대학생들에게 소비 과정에서 나 아닌 상대를 배려하는 착한 소비의 사례를 찾아보게 했더니 커피숍에서만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나왔다.

소비자가 돈을 쓰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은 대단한 사회적 파워이자 권리이다. 소비자가 화폐 투표(dollar vote)를 통해 사회와 기업을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소비자는 절대 ‘갑’이다. 성숙한 소비자는 개별적인 구매 행동이나 소비 행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을 간과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이다. 소비자의 작은 착한 소비가 기업을 움직이고 사회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하고 풍족한 일상 생활은 지구상의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풍성한 수확을 위한 과도한 화학 비료의 사용으로 토양이 오염되기도 하고 편리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의 사용 때문에 바다 생물들이 고역을 치르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을 돌아 우리에게 오는 신기하고 이국적인 제품들은 개도국의 어린 노동자를 착취한 것이거나 잔인한 동물 실험의 결과를 거쳐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소비 행위에 선과 악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볼 겨를 없이 소유욕과 물질적 풍요로움의 혜택을 당연시하면서 지금까지 달려 왔다. 이제는 우리의 끝없는 소유욕과 소비 욕망을 숙고해 보고 착한 소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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