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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 Culture

젠더리스, 융합의 가치를 좇아가다

패션의 기준은 이제 성별이 아니다 성별 파괴 현상의 첫 징조였던 유니섹스의 투사(鬪士)는 기존 질서에 반감을 드러낸 히피들이었고, 특히 여성이 남성복이나 남성의 헤어스타일을 차용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성 주도의 역사와 문화에 반기를 든 여성이 그 주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젠더리스 열풍의 주체는 일방적이지 않다. 평소 치마를 즐겨 입는다고 알려진 젠더리스 패션의 세계적 아이콘은 다름 아닌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의 두 아들이다. 젠더리스의 아이콘이 비단 바다 건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주목하는 가수 지드래곤과 배우 강동원은 특유의 감각과 매력을 앞세워 젠더리스 현상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패션을 통해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입느냐가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적어도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사회적 성별과 나이가 아닌 ‘스웨그(Swag)’가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꽃무늬는 남녀 모두를 위한 것”이라 일갈했고,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신은 디자인할 때 “젠더가 아닌 ‘피플’을 생각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철학과 의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제 더 이상 ‘핑크’와 ‘꽃무늬’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패션은 화려해지고, 여성의 패션은 파워가 강조되는 추세다. 그러니 총량은 같다고 해야 할까.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가 돋보이는 구찌의 남성복 컬렉션. ⓒgucci.com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모호한 프라다 제품들. ⓒprada.com 사람들은 돌잔치 초대를 받으면…

Trend & Culture

자랑 다반사 시대

  그때 그 시절에도 인증샷이?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사진은 인화지라는 물성을 가진 ‘물건’이었다. 하지만 사진이 데이터로 존재하고 소장되는 지금, 사진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기념 촬영 또한 졸업식과 결혼기념일, 돌잔치만의 절차도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특정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언제 어디서나. 그래서 점심에 먹은 파스타와 퇴근 뒤 찾은 한강공원의 야경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기성 세대와 달리 자기 표현이 익숙한 소셜미디어 세대에게 SNS를 기반으로 하는 인증샷 트렌드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셀카와 인증샷 트렌드 이런 현상은 일견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결합해 낳은 시대적 산물로 보인다. 하지만 답이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 그런 분석 이면에는 과연 어떤 속내가 숨어 있을까? 만약 오늘 점심에 당신이 빌 게이츠와 점심을 먹었다면, 굳이 인증샷을 찍어 ‘자랑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뉴스에 등장할 테니까. 우리가 굳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타인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다. 관심을 끌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지지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현대적 나르시시즘의 발현’이라고 해석한다. 인증샷의 원형은 아마도 사진이 없던 시절의 초상화와 정물화일 것이다. 초상화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화가의 자화상 정도. 정물화는 상업이…

Trend & Culture

사서 고생하니까 행복하다!

  본능의 결핍 해소를 위한 핸드메이드 일상에 소용되는 모든 도구를 우리가 직접 만들 수는 없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물컵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이 적다. 당연한 일이라고? 아니다. 인류는 자신이 쓸 도구를 직접 만드는 ‘지능적 손’을 가진 덕분에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공장과 제품으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이 ‘생각하는 손’을 빼앗은 것뿐이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제품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지금, 뜬금없어 보이는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인류의 원형질이 복원되려는 자연스런 반작용이다. 공장에 위임했던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속성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기 전, 사람들은 ‘명품’에 먼저 열광했다. 같은 가방이라도 타인과 다른 제품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지갑의 출혈을 감수했다. 아직도 유효한 그런 경험과 함께 등장한 방식이 ‘스페셜 에디션’을 향한 집착이다. 하지만 그런 차별적 경험을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핸드메이드’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는 세계적 트렌드 굳이 차를 몰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온갖 채소가 현관문까지 배달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번거롭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낑낑대며 물조리개를 들고 도시농부를 자처하는 이들의 심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왜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는 요즘, 거실에 재봉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