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광고제,
스파익스 아시아(Spikes Asia)가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번 스파익스 아시아에 디지털 부문과 모바일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웨인 초이 상무를 만나 글로벌 광고의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웨인 초이 상무
이번 스파익스 아시아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감은?
그동안 D&AD 광고제, 클리오 국제광고제 등 유수의 글로벌 광고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심사위원장은 이번 스파익스 아시아가 처음인데,
여러 면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심사위원은 개별 작품을 자유롭게 심사하면 되지만,
심사위원장은 조감도(鳥瞰圖)처럼 전체를 조망하는 통합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수상작을 어떻게 적절히 안배할 것인가,
리더로서 다른 심사위원들을 어떻게 리드할 것인가,
어떤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야 스파익스 아시아의 권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고민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수상작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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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심사위원을 하면서 내가 항상 염두에 뒀던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가.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참신하게 느껴진다.
둘째, 브랜드와 관련성이 있는가.
셋째, 콘셉트를 개연성 있게 얼마나 잘 해석해서 보여주는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수상작 반열에 들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스파익스 아시아에서 나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이 세 가지 기준 외에 하나를 더 당부했다.
어떤 작품이 됐든 사람의 감정에 울림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것이 무겁든 가볍든 인간적 가치가 작품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파익스 아시아를 비롯해 최근 글로벌 광고제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글로벌 광고제는 3월에 열리는 애드페스트를 시작으로 원쇼, 칸 등이 이어지다가
9월에 스파익스 아시아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그런 점에서 스파익스 아시아는 출품작을 평가받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각 광고제마다 출품작의 경향이라든지
선호하는 수상작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광고제에 관계없이 누가 보더라도 퀄리티 높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역, 문화, 언어 등이 다르다 할지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다면 대체로 상을 받게 된다.
이미 봤는데도 또 보고 싶고, 자꾸 기억나는 광고에는
그런 보편타당한 휴머니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심사를 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접했을 텐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도브의 ‘에볼루션(Evolution)’ TV광고가 기억난다.
이 작품은 2007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필름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이었다.
캐나다 오길비에서 만든 작품으로, 평범한 여성이 메이크업과 포토샵 보정 작업을 통해
옥외광고에 등장하는 멋진 모델로 변신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누구나 아름다운 모델처럼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도브의 에볼루션 광고는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
즉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이 사실은 허구라는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했다.
이제는 제품의 기능이나 퀄리티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은 제품의 퀄리티가 더 이상 얘깃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제품의 퀄리티가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이제 다른 것을 얘기해야 하고,
그래서 브랜드 메시지의 본질적 측면이 중요한 것이다.
브랜드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몇몇 브랜드는 일찌감치 그런 사실을 깨닫고,
몇 십 년 전부터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우리는 음료를 파는 게 아니라 해피니스를 판다”라고 얘기해 왔으며,
나이키는 “우리는 운동화를 파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잠재된 가능성을 판다”라고 강조해 왔다.
글로벌 광고제에서도 그런 브랜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인정받는다.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 더 많이 서게 될 제일러들을 위해 조언을 준다면?
인생을 풍부하게 살면 좋겠다. 이런저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많이 만나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특히 젊은 세대와 깊게 소통하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면, 그 나라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대신
‘이들에게는 우리와 다른, 이런 측면이 있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로벌이란 전 세계 소비자들에 대한 경험과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결국은 인간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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