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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제일기획 글로벌 제작본부 아트 디렉터 신석진 프로입니다. 이번 11월 제일세미나에서는 제가 제작·경험했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20%의 자유시간이 만든 창의력’이란 주제와 함께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소소하지만 자유시간이 준 에피소드와 연관이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까요?

 

어느 신입사원의 20% 자유시간 만들기

첫 번째 사례는 신입사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입사원으로 배워야 할 업무가 많았던 제게 자투리 시간을 내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요. 저는 자유시간을 만들기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이태원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주어진 일’이 아닌 ‘하고 싶은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곤 했죠.

커피를 마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이긴 던킨도너츠 커피의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더욱이 서울을 커피의 도시라고도 얘기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 결과를 토대로 동료들과 던킨도너츠 커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매출을 신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죠.

먼저 조향사와 함께 던킨도너츠 커피와 유사한 향을 만들고 시내버스 안에 방향제를 설치한 뒤 던킨도너츠 매장을 지날 때 버스 광고와 시그널 송이 송출되고 향을 분사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실제 시제품을 제작하며 선·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던킨도너츠 측에서도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고, ‘Flavor Radio’란 이름으로 광고와 커피향을 동시에 경험, 사용자의 ‘연상작용’을 유도하는 공감각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버스 정류장 근처 매장 기준 16%의 방문객 증가, 29%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며 매출 신장에 기여할 수 있었죠.

 

2시간의 점심시간, 그리고 사진 한 장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캠페인은 제일기획 점심시간에 영감을 얻은 사례인데요.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런치(lunch)의 합성어인 크런치 시간은 무엇보다 창의력을 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이는 사진, 어떤 사진인 지 짐작이 가시나요? 사진 속 모녀는 탈북 난민인데요. 일본 영사관 영내로 들어선 아이가 우는 얼굴로 영사관 밖에서 중국 공안에게 잡혀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사진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계기로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난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난민을 알릴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고, 유엔난민기구(UNHCR)을 찾아가 제안을 진행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취지에 십분 공감해 주셨고, 난민을 이해하기 위해 난민을 직접 만나봐야(?) 한다며 니제르 방문을 제안해 주셨는데요. 난민을 만나기 위해 이틀 간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안전을 위해 무기로 무장한 군인과 동행했던 당시의 경험은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수많은 난민들을 만나며 들은 내용은 ‘구호품을 많이 보내달라’, ‘지원해달라’는 게 아닌 ‘Remember Me,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을 알리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미니어처를 만들고,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협조로 제작한 미니어처를 전시할 수 있었는데요. 2014년 2월 초부터 약 3주간 ‘Invisible People,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미술관 공간 전체를 전시장으로 사용하며 미니어처를 곳곳에 설치했고, 도록에는 QR코드를 삽입해 난민들의 인터뷰를 직접 볼 수 있게 했죠.

작은 미니어처를 미처 보지 못한 채 지나친 사람들은 프로젝트 갤러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난민을 향한 수많은 응원의 메시지와 후원 의사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캠페인을 직접 시행할 수 있어 제 마음 속엔 더없이 뜻 깊었던 사례로 남아있죠.

 

무모함의 시작, 우리 지금까지 안해봤던 것 해볼까?

세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휴전선 철조망으로 피아노를 만들어 연주한 ‘통일의 피아노’ 프로젝트입니다. 유일하게 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리나라. DMZ와 철조망이 이런 분단의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조금은 무모하게,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통일부를 찾아가 캠페인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철조망으로 제작된 피아노 현은 조금은 둔탁한 소리를 냈지만 조율 과정을 통해 음계를 표현하는 피아노로 완성이 됐는데요. 창작악기 고안 및 연주로 유명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도움이 컸습니다. 낯선 소리지만 오히려 마음에 와닿는 이 피아노는 ‘분단의 상징으로 노래하다’라는 주제와 함께 다채로운 연주회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는데요. 이 역시 자유시간에서 비롯됐다는 점!

 

출산에 걸린 시간 1년 6개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삼성전자 빅스비(Bixby)를 소재로 한 캠페인인데요. ‘보이스 포에버(Voice Forever)’ 캠페인은 목소리를 서서히 잃어가는 희귀 질환 MND(Motor Neuron Disease, 운동신경원 질환)를 앓고 있는 엄마 목소리를 빅스비에 구현, 엄마와 딸이 계속 소통하는 모습을 담아낸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은 ‘목소리’를 가지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해보자는 데서 출발했죠.

실제 사례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상은 목소리를 서서히 잃어가기 전 환자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빅스비의 메인 기능인 보이스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이스에 감정을 더한 스토리로 인도인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했죠.

이 캠페인은 기획과 제안까지 6개월, 제작에 1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목소리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 편의 캠페인,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운이 좋게도(?) 던킨도너츠 ‘Flavor Radio’ 프로젝트와 ‘보이지 않는 사람들’, ‘통일의 피아노’ 프로젝트는 칸 라이언즈 수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보이스포에버’ 캠페인은 유튜브 광고영상 사상 최단 기간 1억 뷰를 돌파, 현재 2억 뷰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데요.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창의력을 가꿀 수 있는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예비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도,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매일 현업에 매달리다 보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시간을 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 주도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바쁜 일과 속 20%의 자유시간이 만든 창의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 많지만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죠. 실행력을 갖추고 멋진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신석진 프로의 11월 제일세미나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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