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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냉장고도 생소한 우리나라 생활 가전 시장에 슈퍼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이 출시된다고 했습니다. 가격은 기존 모델의 세 배에 달하는데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냉장고를 어떻게 ‘슈퍼 프리미엄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끝에서 긴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시작은 제품 출시 전, 소비자 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리미엄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주부들 앞에 몇 대의 냉장고가 놓였습니다.
타사 제품, 삼성 지펠의 기존 모델, 그리고 출시를 앞둔 셰프컬렉션.
셰프컬렉션을 두고 주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겉모습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1°C로 유지하는 건 김치냉장고에서도 됐었잖아요.”
“600만 원이라고요? 깎아서 400만 원 정도라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름이 ‘셰프컬렉션’이니까 유명 셰프를 등장시켜야 하나,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던 제작팀은 그 자리에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냉장고를 인테리어 소품이나 수납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겉모습과 용량에서 큰 차별점이 없는 냉장고를 비싸게 살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셰프컬렉션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 새로운 구매 준거가 필요했습니다.

냉장고의 본질은 맛이다


셰프컬렉션은 냉장고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이었습니다. 신선함, 정온을 유지하는
셰프 모드로 궁극의 신선함을 지키는 것. 이것이 제품이 가진 특장점입니다.
그런데 냉장고 광고에서 신선함은 곧 식상함으로 다가온다는 게 함정이었죠.

궁극의 신선함이 줄 수 있는 궁극의 가치는 뭘까. 냉장고에서 나오는 모든 식재료들은
결국 입으로 들어가고, 맛이라는 가치로 치환됩니다. 신선함에 대한 최상급 표현은
‘정말 최고로 신선해!’가 아니라 ‘이건 새로운 맛이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기를 수없이 먹어 본 사람이라도 밭에서 갓 딴 신선한 딸기를 먹었을 때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낀다면, 그것은 마치 딸기를 처음 먹는 것과 같은 경험이 될 테니까요.

그 경험을 지구상에서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이고 장소는 어디일까.
이렇게 해서 바다를 본 적 없는 몽골의 아이와 대륙을 본 적 없는 그린란드의 아이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 “바다요? 사람 이름 말인가요?”
몽골 아이 깡티깐은 정말로 바다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셰프컬렉션으로 지켜낸 바다의 맛과 향이 몽골의 아이에게 전해지고,
대륙의 맛과 향이 그린란드의 아이에게 전해진다면. 궁극의 신선함이 선사하는 새로운 맛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놀라운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보다 위대한 실행력


고백하건대, 정말 우리가 냉장고를 싣고 몽골로, 그리고 그린란드로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맛’이라는 콘셉트를 극대화하면 여기까지 갈 수 있어”의 예시로
생각했던 시안이 현실이 되기까지 제작팀의 팀워크, 캠페인팀의 의지, 클라이언트의 신뢰가
필요했고 그 모두는 정확히 충족되었습니다.

▲ 스톡(Stock) 사진이 아닙니다.
냉장고를 실은 비행기를 띄우고 촬영팀이 탄 헬기를 띄웠습니다. 

시안이 결정되고 촬영이 구체화되었던 과정을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의 공이 제일 크고 누가 제일 힘들었는지 논할 가치가 없을 만큼 제작팀과 캠페인팀은
한 몸으로 움직였습니다. 제작팀은 AE에게 온전히 의지했고, AE는 크리에이티브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첫 편집본을 시사하던 자리에서 AE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도대체 이번 광고는 AE의 입장으로 보고 판단할 수가 없네요.”
그만큼 우리는 한 팀이었습니다.

영하 30℃에서 새로운 맛을 만나게 될 줄이야


3월은 몽골과 그린란드에서 혹한의 시기입니다. 영하 30도(℃)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이라
몽골 초원에서 펼치고 싶었던 빅테이블은 전통 가옥인 게르 안으로 들어갔고,
그린란드의 야외 식탁에 차려진 우유는 삽시간에 얼어붙었습니다.

추위가 공포가 됐던 2주 동안의 촬영. 몽골 벌판 한가운데서 얼어붙은 밥알을 씹어 먹으며
우리는 진정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했던 것은 험악한 촬영 환경 속에서도,
다섯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면서도(몽골 → 베이징 → 인천 → 히드로로 → 코펜하겐 → 그린란드 누크 → 일루리삿)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캠페인을
실행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Taste the New’ 캠페인의 가시적 성과는 이것입니다. 슈퍼 프리미엄 냉장고의 성공적 론칭.
출시 100일 만에 5000대 판매. 삼성 프리미엄 냉장고군의 매출 증대.
하지만 우리 팀이 생각하는 성과는 이렇습니다.

‘광고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작업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명제를 직접 경험했고 마음 깊이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기획에 이런 상이 생기는 건 어떨까요?
‘베스트 아이디어 퍼슨’도 좋지만 ‘베스트 팀워크 팀’ 이런 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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