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금요일 저녁,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TGIF(Thank God It’s Friday)’를 외치며 파티를
준비할 때 GCSC 팀원들은 굳게 닫은 입과 비장한 마음을 갖고 신세계로 떠났습니다.
그 신세계는 바로 경기도 용인.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가 용솟음치며 융합되는 곳,
바로 ‘삼성전자 블루핵 해커톤’이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발견한 Good Solution
블루핵 해커톤은 “당신의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생각 아래,
24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이종 결합하며 아이디어를 제품 및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행사입니다.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행사들은 Google, IBM, Yahoo(Hack Day)는 물론 R/GA(Make Day)를
비롯한 에이전시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아이디어들은 실제 사업으로 추진됩니다.
▲ 블루핵 해커톤에서는 약 200명의 참석자가 5~8명으로 이뤄진 팀에서 활약했다.
24시간 동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전문가들의 “#API$%+코딩@%^!#_”같은 ‘외계어’와
복잡한 듯 가지런한 전선들 속에서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난 누군가? 그리고 여긴 어딘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기술과 Good Solution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거기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말이죠.
갤럭시끼어를 소개합니다
“시각장애인 레이 찰스, 지체장애인 루스벨트. 세상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벙어리라고 불리는 청각 언어장애인들은 어떤가요? 대표적 인물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언어 세계인 손 언어 속에 갇혀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를 위한 솔루션이 ‘갤럭시끼어’입니다.”
청각 언어장애인이 갤럭시끼어 장갑을 손에 끼고 지화를 하면, 그 내용이 스마트폰 화면에 문자로 뜨고,
상대방이 말을 하면 그것이 문자로 변환됩니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은 이 제품은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경쟁작들을 제치고 Best Idea 3등을 수상했습니다.
▲ 갤럭시끼어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 갤럭시끼어의 작동 원리
신대륙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GCSC가 생각한 것은 ‘기술과 결합되는 Good Solution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신기술의 발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인간 중심으로 녹여내는 가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나누며, 우리는 다음 사례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나온 Good Solution
첫 번째, 구글 제스처
“신기술이 멋지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먼저죠.
그래서 우리가 수상하지 않았나 싶어요.” Future Lions 부분 수상작 구글 제스처를 만든
스웨덴 학생 루트비히 홀슈텐슨(Ludwig Hallstensson)의 말입니다.
청각 언어 장애인들이 수화 시 움직이는 근육을 팔목 밴드가 인식하고
이것을 구글 번역 기술이 음성으로 변환시킵니다. 상상에 그치는 프로젝트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으며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심지어 제품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학생들은 흥분했습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들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기술을 청각 장애인들의 문제와 연결’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 구글 체스처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된 Myo Armband와 수상자들.
Myo Armband는 개발 중인 제품이다. ⓒwww.berghs.se
두 번째, 기후 변화를 위해 ‘0’하세요
또 다른 수상작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캠페인이었습니다.
냉동실의 온도를 0℉(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 온도)로 낮추면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발견을
‘Do Zero’라는 반어적 어감을 활용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습니다.
학생들은 공정무역 아이스크림 Ben & Jerry’s의 패키지를 새로 디자인하면서 스티커 온도계를 붙였습니다.
이들도 역시 간단한 기술을 지구온난화 문제와 연결했습니다.
이 외에도 5개 부문을 수상한 의 믹 이벨링(Mick Ebeling)도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Technology for the Sake of Humanity)”며
자신의 3D 프린터를 활용해 남수단의 전쟁 피해자들에게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 줬습니다.
전쟁 소식을 ‘뉴스’가 아닌 ‘이야기’로 듣고 솔루션을 낸 것이죠.
▲ 유기농 아이스크림 Ben & Jerry’s가
CSR프로그램으로 제안한 패키지 디자인과 수상 모습 ⓒwww.berghs.se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Good Solution
필리핀의 어두운 집들을 페트병 전구(버려진 페트병에 물과 표백제를 넣어 태양광을 반사하는 기술)로
밝혔던 펩시의 캠페인도 브라질의 평범한 기계 기술자 알프레도 모저(Alfredo Moser)가
만든 적정기술이었죠. 또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한 남아공의 민주주의 20주년을 축하하며
무지개를 선물한 코카콜라의 캠페인 역시 어린 시절 우리가
분무기로 만들었던 무지개를 크게 만든 것에 불과했습니다.
▲ 페트병 전구 아이디어로 필리핀의 어두운 집들을
환히 밝혀준 펩시의 캠페인 ⓒ
▲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한 남아공의 민주주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코카콜라의 캠페인 ⓒcoca-colacompany.com
사치앤사치의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는 “사회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다”라는 생각으로
커뮤니케이션 혁신상을 제정하고 내부 직원들에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도록 장려했습니다. 그 결과 개도국 어린이들이 밤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페달을 밟아 밝히는 전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 2002년 The Saatchi & Saatchi Innovation Award를 받은 전구와
발병가 데이브 얼바인 홀리데이의 모습 ⓒdesignboom
그래서 우리가 만들 Good Solution
위 사례들은 모두 ‘기술에 공감을 더 한 Good Solution’입니다. 기업 및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이고, 관계는 문제를 공유하는 ‘공감’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세상 어딘가에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어떤 사람은 적정기술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기술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 솔루션을 내고,
어떤 사람은 솔루션에 감동받으며 동영상을 공유하고 브랜드의 팬이 되겠죠.
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든 기업이 ‘기술, 아이디어, 창조’를 강조할 때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바로 평범한 기술을 가지고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적정기술과 문제의식을 연결하는 일인 것이죠.
사실 적정기술과 문제의식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가지고 있고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모두를 연결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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