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게 보편적 현상이다. 추운 겨울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기 때문에 더욱 따뜻한 손길이 요구된다. 비영리기구(NGO) 중에서도 사회적 구호에 관심이 많은 기관이나 단체들이 사회 봉사 활동 등 자선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NGO가 자선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선 활동을 하기 위한 기금 모금 자체가 중요하다. 물론 NGO의 모금 활동은1년 내내 진행되지만 특히 연말에 집중적인 성금 모금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NGO역시 다른 정책 홍보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취지를 알리고 이에 대한 호응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캠페인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캠페인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홍보 대사로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고 홍보 상징물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홍보적 상징물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사랑의 열매, 사랑의 온도탑, 희망 풍차, 사랑의 동전밭,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씰 등이 대표적인 구호모금을 위한 수단 또는 상징물들이다.
사랑의 열매, 사랑의 온도탑
▲ 사랑의 열매 및 사랑의 온도계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캠페인 상징이다. 사랑의 열매는 나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함께 일궈 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랑의 열매는 1960년대부터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데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오늘과 같은 형태는1992년 보건복지부 산하 이웃돕기추진운동본부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이 심볼을 사용하고 있다. 산열매를 형상화한 사랑의 열매는 이웃 돕기 캠페인의 상징으로 각종 홍보물에 사용된다. 특히 배지 형태로 만들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 연예인 등에 사랑의 열매를 달아 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사랑의 열매를 달면 이에 대한 대가로 기관이나 개인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해야 한다. 사랑의 열매가 기부라는 행위나 기부 행사를 하는 하나의 모티브가 되는 셈이다. 사랑의 열매를 달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보면 사랑의 열매가 일종의 이웃을 생각하는 표식이 되는 셈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이면 ‘사랑의 온도탑’도 운영한다. 해마다 모금 목표를 정하고 그 모금액 대비 매일 모금되는 성금을 온도로 표시해 100도를 성금 목표로 설정해 성금이 늘어날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게 한다. 온도계는 서울 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에 설치해 지나가는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해놓았고 공동모금회 홈페이지에도 설치해 놓았다. 사랑의 온도탑은 자선 기금을 모으는 홍보적 상징으로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의 경우 11월 20일부터 2014년 1월 말까지 사랑의 온도탑을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에 세우고 3110억의 목표를 설정해 ‘희망2014 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적십자 회비에서 희망풍차까지
▲ 희망 풍차 로고를 담은 빵 패키지 대한적십자사는 국제적십자의 네트워크로서 다양한 구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주요 기금원은 ‘적십자 회비’이고 지로로 세대주들에게 발송돼 공과금처럼 인식되긴 하지만 자발적 적십자 기금 모금 수단일 뿐이다. 적십자 회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대표적인 모금 캠페인의 하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세대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자 ‘희망풍차’라는 모금 캠페인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모금에 나서고 있다. 적십자는 희망풍차를 모금 브랜드화시켜 각종 모금, 자원봉사 활동, 구호 활동 등에 사용하고 있다. 희망풍차는 다문화 가정, 북한 이주민, 외로운 어르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만든 희망나눔 캠페인 브랜드다. 적십자사는 또한 네덜란드 공영방송과 협약을 맺어 SR(Serious Request) 구호 캠페인 브랜드를 들여왔다. ‘간절한 호소’라는 이름으로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으면 올해 희망풍차 SR이라는 명칭으로 명동에서 72시간 생방송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구세군 자선냄비
▲ 구세군 자선냄비(출처: 구세군 홈페이지) 1865년 윌리암 부스에 의해 출범한 구세군은 현재 124개국에 활동하는 기독교 자선 단체의 하나다. 구세군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에 군인과 같은 복장으로 자선냄비를 놓고 기금 모금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돼 생긴 1000여 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위한 모금활동 중 한 구세군 여사관이 쇠솥을 다리에 놓아 거리에 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기금을 모은 것이 시초다.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당시 한국 구제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조셉바아) 사관이 서울의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 돕기를 시작하게 됐다(박문각). 구세군의 이런 활동은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상징이자 불우이웃 돕기의 상징으로 TV를 포함한 언론의 뉴스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자선냄비 자체가 모금 수단에 불과하지만 구세군 전체를 대표하는 PR적 상징으로 발전했다. 사랑의 동전밭
▲ 사랑의 동전밭(출처: 월드비전 홈페이지) 월드비전은 ‘사랑의 동전밭’을 통해 기금을 모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랑의 동전밭 캠페인은 2008년 처음 시작돼 유아원, 학교, 단체, 기관 등에서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평소에 동전을 돼지저금통 등에 저금해 5월 중 한곳에 모아 동전밭을 만드는 행사다. 특이한 것은 어린이들이 캠페인 주체가 되다 보니 5월에 개최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동전밭은 동전으로 상징화되는 절약, 저축 정신을 이웃돕기 모금에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월드비전은 이를 홍보 플랫폼으로 모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1950년 설립돼 국제 구호 기구로 발전해 다양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이나 유형적 상징물과는 다른 측면에서 월드비전의 홍보적 상징으로 한비야와 김혜자를 들 수 있다. 여행 작가로도 유명한 한비야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활약했다. 탤런트 김혜자는 홍보 대사로 아프리카에 가서 구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봉사 활동이나 긴급 구호 등에 적극 앞장 서는 이들의 모습이월드비전 기금의 혁신적 증가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유명 스타의 자선 활동은 후광 효과(Halo Effect)를 가져와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크리스마스 씰
▲ 크리스마스 씰 크리스마스 씰은 덴마크의 한 우체국 직원인 아이날 홀벨(Einar Holboell)이 결핵 퇴치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 발행한 기금마련 캠페인이다. 덴마크에서 1904년 12월 10일 우표 형태로 세계 최초로 발행됐다. 결핵 퇴치 기금으로 구입해 우표 옆에 붙여 보내는 것으로 연말에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있음을 증명하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32년 처음 발행됐고, 지금은 대한결핵협회에서 발행하고 있으며 우체국에서 살 수 있다. 지금은 전자우편의 발달로 편지를 쓰는 것이 줄어들어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도 건재한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결핵 퇴치 기금 마련 수단이다.
공감과 실천이 중요 NGO들은 유형화된 상품이 없다. 기업은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고도 유형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정부 기관의 경우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잘 알리고 국민들이 그 제도나 정책에 대해 공감하면 상호에게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국민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NGO는 별 혜택이 없다. 기부를 해달라는 것은 물질적, 육체적 혜택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대중들이 그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NGO의 캠페인들은 자금이 얼마나 좋은 곳에 쓰이고, 기관이 얼마나 정통성과 신뢰성이 있는지를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나도 그것에 동참하지 않으면 트렌드나 패션에 뒤쳐진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선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사회적 활동의 일부로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화된 자선 캠페인을 실시하고 이를 상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징물이 유산이 되고 사회적 산물로서 남으려면 사람들이 당연히 내가 그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된다. 이런 상징물들은 다양한 매체의 반복적 노출을 통해 기관이나 단체를 대표하는 심볼이나 모금 캠페인 타이틀로도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사랑의 열매, 적십자 회비, 크리스마스 씰이 언제부턴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jhkim1909@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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