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약 70만 명의 폴란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제대로 된 식사를 정기적으로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미래인 어린이들이 충분히 먹지 못해 힘들고 불안한 매일매일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 사회의 큰 이슈였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은 늘어만 갔다.
또한 영양실조로 인한 성장 장애, 인지 장애, 결핵 등의 질병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혹은 민간단체의 여러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일시적인 따듯한 온정 그 이상이 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폴란드 적십자는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매년 기부금을 모아 학교 급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부금을 대폭 늘릴 수 있고, 지속적인 운영과 확산으로 자가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솔루션을 필요로 했다.
제일기획 폴란드 지점은 ‘지속적인 운영 및 확산으로 자가 발전이 가능한 기부’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우리 삶의 일부가 될 때에만 가능하겠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고, 잘 알려진 문화에 작은 변화를 더해 이를 새롭고 더욱 의미 있는 문화로 정착시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로 했다.
Very Good Manner project
‘베리 굿 매너(Very Good Manner)’ 프로젝트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포크와 나이프를 놓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심플한 아이디어다. 포크와 나이프의 끝을 맞닿게 직각으로 놓아 식사 중임을 표시하고 나란히 놓았을 땐 식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테이블에서의 굿 매너(Good Manner)에 포크 나이프를 적십자 마크처럼 십자 모양으로 놓아 식사가 끝났으며 계산할 때 5PLN(약 1750원-아이들의 한 끼 식사 비용)을 계산서에 추가해 레스토랑을 통해서 적십자에 기부할 의사가 있음을 표시하는 베리 굿 매너를 제안한 것이다.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는 지난달 폴란드를 대표하는 도시 바르샤바와 크라코프 네 곳의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가 설득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레스토랑 벽면의 포스터와 종이 식탁보를 통해 프로젝트의 취지와참여 방법을 이해하게 된다. 식사하는 동안 기부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한 뒤 식사를 마친 후 작은 제스처만 표시하면 어려운 환경의 아이와 따뜻한 식사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 1주일도 안 돼서 폴란드 주요 TV 채널, 신문, 라디오 방송, 인터넷 포털을 통해 120여 차례나 소개됐고, 그간 500만 명 이상의 폴란드인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디어의 주목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자가 발전형 솔루션 구축을 위한 핵심인 레스토랑 업주들의 관심이었는데 1주일 만에 30여 개의 레스토랑이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사실이다.
프로젝트 론칭 후 한 달 동안 네 곳의 시범 운영 레스토랑을 통해 모은 기부금을 30개 레스토랑에 적용해 보면 지난해 동안 적십자가 모은 기부금의 2배를 훌쩍 넘기는 금액이 나온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도 함께하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의 문의는 계속되고 있다. 제일기획은 매일 펼쳐지는 일상을 기부와 연결함으로써 자가 발전이 가능한 기부 문화를 촉발시켰다. 종이 식탁보 한 장과 작은 제스처가 가져 올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폴란드 적십자의 Agata Szczotka Sarna는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실천에 옮기는 게 어렵고 번거로워 못 하고 있는 것이죠.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는 이 착한 마음들을 가로막고 있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아주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언제든 그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라며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로 단기간 내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낸 폴란드 적십자사는 10월 16일 월드 푸드 데이(World Food Day)를 기해 공식 기자 회견을 갖고 전국 적십자 지사에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를 운영할 조직을 구축해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적십자 유럽 총회에도 이 프로젝트가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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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적십자 본부는 유럽 경제 위기의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인 영국에도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구호 식량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의 착한 마음을 기반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기부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해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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