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히트작’이라고 합니다. 광고회사 제작 부문에서는 “그 사람, 히트작이 뭐냐?”는 말을 종종 쓰는데, 저 히트작이 바로 그 사람의 커리어와 크리에이티브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곤 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를 부르는 호칭도 다양합니다. ‘히트 캠페인’, 이건 공식적인 이름이고, ‘히트쳤다’며 저를 때리기도(?) 하고, ‘대표작’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저와 인연이 잦은 사람은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렇듯 저는 광고 크리에이터들의 커리어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3년의 1분기가 지난 요즘, 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다는 거, 저도 압니다. 저한테 많이 한탄도 하십니다. “그래도 광고 노출이 좀 되는 브랜드라야 히트 칠 기회라도 있지,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는 예산이 너무 적어서···.” “저는 왜 이렇게 운이 없죠? 정말 히트칠 만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때마침 사정이 생겨서 다른 안으로 그만···.”
또 어떤 분들은 저와의 인연이 지독하게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봐도 분명히 잘하는 크리에이터인데 야구로 따지면 경기 결과는 노히트, 노런(No Hit, No Run)! 이 기간이 길어지면 ‘슬럼프’라는 저의 숙적이 등장하죠(슬럼프라는 이 녀석은 저 ‘히트작’과의 인연 후에 바로 찾아오기도 하니 주의하세요).
그럼, 어떻게 저와 인연을 맺느냐고요? 저에 대해 알아두실 게 있는데 저는 마음이 조급한 사람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물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요.
여의도 방송국 근처 연기학원 대기실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지요. ‘연기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시작하는
보조 출연자들에겐 연기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몇 십 배 많을 겁니다. 몇 시간 기다려서 대사 한마디 하고 끝, 이도 아니면
대사 없이 행인 1로 잠깐 스쳐 지나는 그런 역할이겠지요.
하지만 이 기다림을 거쳐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스타급 연기자가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히트작도 어쩌면 기다림의 미학일지 모릅니다. 아직, 저 ‘히트작’과 인연이 없다고 너무 조급해하거나 기죽지 마세요.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사람인 이상, ‘히트작’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단, 그 히트의 규모가 크고 작은 차이죠.
당신이 밤새 만든 인쇄 광고 하나, 누군가는 지금 읽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만든 TV광고 하나, 광고인들이 평가하기 좋아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광고 때문에 그 브랜드를 사려고 만지작거리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당신이 만든 작은 히트작들을 다시 보세요. 당신은 히트를 못 친 게 아니라 큰 히트를 치지 못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기다리세요.
봄입니다.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크리에이터들의 마음, 관리 잘하세요. 저 ‘히트작’이 언제 당신을 찾아갈지 모르니까요. 아, 기대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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