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사회학

‘뉴트로’와 20대의 인류학적 감수성

불편을 감수한 아날로그적 감성 편리한 휴대폰 대신 번거롭게 턴테이블에 LP판을 걸어 직접 음색을 만드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개화기풍 원피스를 입고 케이크를 먹는 10~20대의 사진도 심심찮게 SNS에 올라온다.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일도 아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젊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필름카메라의 ‘불편함’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필름카메라의 질감과 감성을 담은 스마트폰 앱들도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 색다른 것을 찾으려는 젊은 층의 이런 행위는 ‘뉴트로(Newtro)’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에 새롭다(New)가 더해져 ‘뉴트로’가 탄생한 것이다. ‘복고 패션’은 식상할지 몰라도 ‘뉴트로 패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신선한 매력이 충만하다. 젊음이 한껏 투여된 이 뉴트로는 의류, 식품을 넘어 패션 소품과 소형 가전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만화방, 전자오락실, 커피 한약방 등 젊은 층이 모여드는 공간에서도 이런 열풍이 감지된다.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가 2019년 주목할 트렌드로 ‘필환경(必環境)’과 함께 ‘뉴트로’를 손꼽았을 정도다. 뉴트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2012년의 영화 <건축학 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리고 2013년 재소환된 <응답하라 1994>와 영화 <국제시장>은 1990년대를 거쳐 산업화 시기를 재조명하면서 복고의 불씨를 당겼다. 2015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서는 90년대 가요계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포크 음악계의…

테마 사회학

‘다세권’, 집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소확행을 위한 주거 환경 이제는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야 하고, 편의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끼니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햄버거 체인도 있어야 하고, 가성비 좋은 헬스·뷰티 스토어도 있어야 한다. 내 건강을 지켜 줄 약국과 병원도 있으면 좋겠고, 대형 쇼핑몰이 근처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최근 2030세대가 빠르게 유통시키고 있는 신조어들이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를 압축하고 있다. ‘스세권(스타벅스)’, ‘편세권(편의점)’, ‘맥세권(맥도날드)’, ‘올세권(올리브영)’, ‘약세권(약국)’…. 입에도 착 달라붙고 새로운 문화적 기호도 잘 녹여내고 있다. 집이 몇 평인지, 남향인지, 얼마나 조용한지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집의 개념이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동네와 커뮤니티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변화이다. 여기에는 가성비를 금과옥조로 삼는 2030세대의 철학이 배경에 깔려 있다. 조금 좁은 집,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쯤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주거 환경은 양보할 수 없다. 혼밥을 즐기고, 이직을 위해 영어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피부 관리를 위해 편리한 소비가 가능한, 그런 스마트한 주거 환경이 필요해진 것이다.   새롭게 정립된 공간 개념 40대의 시선으로도 2030세대의 이런 주거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합리적이다. 40대 주부들은 맘카페 회원들이 자유롭게 모여 육아를 공유하고 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 절실하다. 쇼핑·여가·교육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올인빌(All in Vill)’이 있다면 두말할 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