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6. 3
글 김지현 카이스트 경영대학 겸임교수
대부분의 가정에 한 대씩은 구비된 체중계를 한번 떠올려 보자. 혹시 그 체중계의 브랜드가 기억나는가? 구입한 체중계가 어떤 회사 제품인지, 모델명이 무엇인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그 제품, 그리고 그 제품을 만든 제조사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연결돼 있지 않으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으며 지속 존재하기 어렵다. 반면 소비자와 완전히 연결돼 있는 제품과 브랜드는 잊히지 않으며, 영속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소비자가 생산, 유통, 소비에 참여하는 연결된 브랜드 가치
대표적인 스마트워치인 페블, 신체 활동 내역을 기록하고 분석해 주는 핏빗(Fitbit) 등은 ‘킥스타터’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소개되며 소비자들의 참여에 의해 투자를 받아 성장한 대표적인 사물인터넷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일반적인 제품 판매 방식과 달리 제품이 만들어져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전에 아이디어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예약 구매와 함께 투자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관심과 주목을 끌며 제품이 알려졌다. 이후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면서 진화 발전됐고, 이를 통해 대표적인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제품 개발에 적용했다. 생산에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참여시키며 소비자에 의해 생산이 이뤄진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된 서비스를 더 애정 있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역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올리고, 그 콘텐츠를 ‘좋아요’와 ‘공유’를 통해서 타인에게 유통하고,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하면서 성장해가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제품 제작의 아이디어 단계에 참여하고,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과 소비하는 와중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은 높아진다. 또한 이 같은 경험은 곧 소비자가 제품과 계속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는 브랜드가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서 신상품과 제품에 대한 기능 등을 알리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고객 충성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인식하고 관계를 유지하려 들 뿐 아니라 전도사가 되어 타 고객들을 브랜드와 연결시켜주기 때문에 마케팅 ROI 관점에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준다.
잊혀져가는 브랜드와 거대 기업들
기존 브랜드의 상품 마케팅은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연구해 제품을 생산한 이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며 매스마케팅을 통해서 홍보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의 인식 제고를 위해 애쓴다. 하지만 구매를 한 소비자에겐 상대적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브랜드는 연결이 끊기게 된다. 한번 끊겨진 연결을 다시 이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사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인 2009년경만 해도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닌텐도라는 게임기 브랜드가 친숙했다. TV에 연일 유명 연예인이 훌륭한 게임기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닌텐도라는 브랜드는 우리 뇌리에 각인되고 연결되었다. 하지만 지금 닌텐도와의 연결은 끊긴 지 오래다. 닌텐도 대신 스마트폰 속 게임들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하이텔, 천리안, 그리고 2000년대의 코리아닷컴,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그리고 2010년대의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로 사용자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사용자와의 연결이 끊긴 지 오래다. 한번 잊힌 브랜드와 제품은 다시 연결하는 데 초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한번 기억 후 끊겨진 브랜드에 대해 ‘구식’이라는 고정관념이 다시 연결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한번 연결한 소비자와의 끈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이든, 구매하지 않든, 구매한 후든 계속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특히 구매 고객이라면 더욱이 연결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선순환이 이뤄져 브랜드와의 연결이 지속될 수 있고, 이는 곧 변심 없는 충성 고객으로 지속될 수 있다.
소비자와 연결된 샤오미, 테슬라, 그리고 나이키
기본적으로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유튜브, 네이버 검색 등은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특정한 용도와 기능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많은 사용자가 자주, 오래 이들 서비스를 방문하면서 브랜드를 인지하고 연결돼 간다. 그렇다 보니 제조사, 유통사, 금융사 등의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와 비교해 이들 인터넷 브랜드는 고객과의 접점이 넓고 두터우며 접촉의 빈도와 시간이 높다. 반면 이들 인터넷 서비스는 새로운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대체재의 등장으로 쉽게 고객과의 연결을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고객과의 지속적인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객을 분석하고 그들의 요구와 불편함을 살피면서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 샤오미는 체중계, 에어컨 등 다양한 용품을 모바일 앱으로 제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했다. ⓒxiaomiforsale.com
▲ 테슬라는 자동차를 인터넷에 연결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한다. ⓒteslamotors.com
반면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은 이들 서비스 기업 대비 고객과 연결되는 강도와 규모, 빈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의 전략을 타산지석 삼은 기업들이 샤오미, 테슬라, 나이키이다. 이들 기업이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우선 이들이 만든 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사물인터넷), 이렇게 연결된 제품들의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웹, 스마트폰 앱 기반)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다는 점이다. 샤오미는 체중계(미 스케일), 에어컨, LED 전등(이라이트), 공기청정기(미 에어) 등을 스마트폰에 연결하고 이를 모바일 앱 등을 통해서 제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인터넷에 연결해서 PC,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고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며, 자동차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차량 서비스를 최적화해 제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운동 경험을 지속적으로 연결해 준다. ⓒnike.com
나이키는 운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좀 더 즐겁고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나이키 플러스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돼 나이키 운동화와 운동복을 입고 더 나은 운동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들은 고객이 제품을 구입하기 전보다 구입한 이후, 제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서비스를 통해서 더 브랜드를 인지하고 제품과 연결돼 있도록 해준다. 샤오미의 체중계를 구입해서 사용하게 되면 샤오미에 회원 가입을 하고, 매번 샤오미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체중의 변화와 추가적인 정보를 얻으면서 체중계 브랜드인 샤오미를 인지하게 된다. 또한 샤오미에 로그인돼 체중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샤오미 브랜드에 완전히 연결돼 체중계를 새로 구입해야 할 때에 샤오미 제품을 다시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번 연결돼 익숙해진 사용자는 쉽게 다른 브랜드로 떠나기가 어렵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과의 연결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운영을 게을리하지 않게 된다.
연결을 위한 브랜드, 상품 전략의 핵심
브랜드와 제품을 사용자에게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 관점의 이동이 필요할까?
인터넷에 연결된 서비스의 가치를 제공하라
PC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이제 인터넷은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만나고 브랜드, 제품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SNS 등의 채널을 통한 고객 접점 외에 제품과 브랜드가 주는 가치를 서비스화해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제품 사용법이나 고객 지원이 아닌 제품이 주는 가치를 더욱 증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지속적으로 브랜드와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운영비, 그리고 BM을 고려하라
물론 제품의 가치를 드높이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이 발목을 잡아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할 수는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개발과 운영에 따른 고정 비용, 그리고 ROI, 더 나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전방위로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 더 나아가 3rd Party의 참여를 만들어라
브랜드와 사용자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강요나 강제적 마케팅이 아닌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시작돼야 한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해서 서비스를 사용하고, 브랜드와 제품에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과 달리 고객과 연결하기 위한 마케팅은 Top-Down이 아닌 Bottom-Up으로 소비자가 찾아 나서도록 해야 한다. 마케팅에 투입되는 투자보다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더 커서 서비스 본연의 가치를 높여야 소비자가 찾아 나서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전도사가 돼 새로운 고객을 끌어 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를 넘어 다른 이해 관계자의 참여까지 유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브랜드와 고객 이외에 제3의 브랜드나 기업, 또는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촘촘한 연결 생태계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생태계에 우리 브랜드의 경쟁사를 고려하거나 경쟁자의 참여를 유발시키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Activity를 Data로 수집하고 축적하라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돼 쉽게 고객이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회 비용을 높여야 한다. 즉, 브랜드와 제품에 연결된 고객이 대체재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진입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외에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이 정보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PC, 스마트폰처럼 보다 많은 제품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가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고객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하게 된다. 또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데이터가 오랜 기간 쌓여갈수록 고객은 쉽게 제품과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무슨 데이터를 쌓아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의 전략적 결정이 고객과 더욱 단단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