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3. 10:00

고객이 장벽 없이 마케팅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기술’과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궁극적으로
브랜드와 유대 관계를 형성할지 고려하는 ‘예술’은
경험 마케팅의 필수 요소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

경험과 서비스, 마케팅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경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발전하게 됐다. 경험 마케팅이란 고객이 마케팅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나아가 감정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마케팅이다. 고객의 숙박 경험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경험 마케팅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에어비앤비 대표 브라이언 체스키는 “제품 및 서비스의 마케팅 과정에서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GDC나 SXSW 등 다양한 컨퍼런스에서 VR이 마케팅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따라 경험 마케팅이또 얼마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지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소비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객을 특정 지으며, 어떤 식으로 잠재 고객을매장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가?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인상적으로만드는가? 현재 이 질문의 해결에 있어 VR부터 AI까지 다양한 기술이마케터들을 돕고 있다.

 

AI, 고객과 직접 대면 시작

AI는 날로 섬세해지고 있다. 구글 음성 인식과 페이스북 얼굴 인식은 이제 약 97~98%의 정확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AI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고객 최접점에 AI를 배치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호텔 힐튼은 IBM과의 협업 아래, 컨시어지 로봇 ‘코니’를 호텔 및 그 주변에 배치했다. 코니는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하며, 컨퍼런스 룸의 위치를 물어오거나 수영장 폐장 시간을 묻는 고객들에게 질문을 인지하는 즉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빠르게 응답을 제공한다. 힐튼의 브랜딩 서비스 담당자인 조나단 윌슨은 코니가 “고객의 경험을 강화할 것”이라 말하며, 앞으로 인공지능을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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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힐튼의 고객 응대 로봇 ‘코니’.

스웨덴은행(Swedbank)도 가상 비서 ‘니나’를 활용해 웹사이트로 들어오는 고객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한 달에 약 3만 건 정도 접수되는 문의 중 80% 이상을 니나가 처리한다. 만약 니나에게 은행에서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는 고객이 있다면, 니나는 자연어 분석을 통해 그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이 ‘왜’ 이를 궁금해하는지 분석한 후 이렇게 다시 묻는다. “예전에 사용하던 카드를 분실했거나 카드가 훼손됐습니까?” 고객의 다음 대답에 따라 니나는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거나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와 고객을 연결해 준다. 스웨덴은행 역시 고객 대응에 있어 100% 인공지능 도입을 목표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AI를 적절하고 개인화된(Personalized and Customized)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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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은행에서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니나’.

 

드론을 활용한 드론버타이징

드론은 무선 전파로 조종이 가능한 무인 비행체를 뜻하는데, 기존의 군사 또는 방송업뿐만 아니라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드론 배송 기술 ‘프라임에어’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시했는데, 소비자가 별도로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드론이 알아서소비자의 위치를 추적해 30분 안에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이다. ‘드론을 활용한 광고’라는 뜻의 신조어인 ‘드론버타이징(Dronevertising)’ 도 생겨났다.

드론을 활용해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의 경험을 재미있게 바꾼 사례로써 브라질 셔츠회사 까미사리아 콜롬보의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이 자주 꼽힌다. 회사는 할인 판매 의류를 입힌 마네킹을 드론에 매단 채 빌딩가에 날려 보냈다. 셔츠회사의 타깃 고객인 30~40대 남성들이 직장 업무에 바쁘고 할인 관련 정보를 얻을 시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 드론을 활용해 고객들이 브랜드에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한 사례다.

고객들이 보다 심도 있게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었던 사례로는 코카콜라 싱가포르의 <코크 드론>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은 싱가포르 인구의 1/3을 차지한다. 그러나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이 증가하며 싱가포르 내국인들의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코카콜라는 NGO를 통해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모은 후 건설 현장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2734건의 메시지와 콜라를 배송했다. 이 마케팅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인상적으로 강화했고, 소비자들에게도 뭔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듦으로써 코카콜라와 정서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코카콜라 싱가포르의 드론을 활용한 캠페인.

▲ 코카콜라 싱가포르의 드론을 활용한 캠페인.

 

얼굴 인식 기술, 마케팅 개인화에 도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누구인지 파악하는 얼굴 인식 기술은 마케터들이 각 고객마다 차별화된 마케팅 경험을 제공하도록 한다.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나이, 성별, 주목도 등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캠페인을 선택적으로 집행한다.

맥주회사 아스트라(Astra)의 사례처럼 고객의 성별을 판별한 후 만약 여성이라면 “맥주 한 잔 하고 가시죠!”라는 타깃팅 메시지를 보여주고, 남성이나 미성년자에게는 “그냥 계속 가던 길이나 가요!”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커피 브랜드 도위(Douwe)는 공항에 얼굴 인식 기능을 탑재한 자판기를 설치하고, 자판기 앞에서 하품하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맥주회사 아스트라의 캠페인.

▲ 맥주회사 아스트라의 캠페인.

최근에는 보다 장기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코스메틱 브랜드 세포라(Sephora)는 가상 메이크업 앱을 론칭하고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 얼굴에 제품을 테스트해 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최근 스냅챗이 한층 더 정교해진 얼굴 필터 기능을 선보이면서 바이럴을 일으켰듯, 얼굴 인식 기술은 앞으로 더 고도화될 것이다. 앞으로 개인화된 마케팅 경험(Customized Marketing Experience)을 제공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메틱 회사 세포라의 가상 메이크업 앱.

▲ 코스메틱 회사 세포라의 가상 메이크업 앱.

 

VR과 AR,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경험 제공

VR은 애드에이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 및 전문기관으로부터 ‘미래 마케팅 핵심 기술’로 선정된 바 있는, 2016년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기술이다. 마케터들도 여러 사례를 내어놓는 중으로, SXSW에서 맥도날드가 HTC Vive를 활용해 선보였던 해피밀 박스 페인팅 체험이나 삼성전자의 기어 VR을 활용한 롤러코스터 체험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토미힐피거와 탑샵을 비롯한 패션 브랜드들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런웨이를 감상할 수 있는 VR 패션쇼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도, 집에서 스마트폰을 쥔 고객도 마치 그 장소에 앉아 있는 것처럼 360°로 런웨이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일반 고객들이 패션쇼를 감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 패션쇼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고객들에게 개방된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한편 자동차회사 볼보는 고객들이 실제 차를 운전하는 듯한 시승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8개의 카메라로 60마일 정도의 길을 촬영한 VR 콘텐츠 덕분에 실물 자동차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객이 시승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탑샵의 VR 패션쇼 감상.

▲ 탑샵의 VR 패션쇼 감상.

VR이 시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으며 소수에게 한정돼 있던 경험을 다수에게 확장시켰다면, 증강현실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다양한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겐다즈의 <콘체르토 타이머> 캠페인은 냉동실에서 하겐다즈를 꺼낸 후 먹기 좋은 상태로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공략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통 뚜껑의 코드를 비추면 뚜껑 위에 연주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객에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험이 한층 더 다채롭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려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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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겐다즈의 AR 콘텐츠 캠페인.

일본 동경신문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미래의 매체’라는 이미지 브랜딩을 위해 증강현실을 사용했다. 어른이 보던 신문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아이들도 읽기 쉬운 히라가나 콘텐츠가 떠오르게 된다. 동경신문의 앱 다운로드율은 약 2100%나 증가했다.

▲동경신문의 'share the Newspaper with Children'캠페인.

▲ 동경신문의 ‘share the Newspaper with Children’캠페인.

 

발달한 기술 활용해 소비자 경험의 진화를 추구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고객과 생산자의 연결고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경험의 중요성은 비즈니스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이에 따라 개별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마케터들은 노력 중이다. 고객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는지, 얼마나 인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고객의 구매 활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상호교감하고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이 위와 같이 활용되고 있다.

경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브랜드, 고객과 마케터 사이의 끊이지 않는 유대감이다. 진정성 있는 마케팅, 고객에게 특별한 감정적 경험을 전달하는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기에 그를 위한 기술이 지금도 다각도로 등장 및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진정성과 즐거움(Hedonic Experience)을 주는 것, 그리하여 마케팅에 참여한 소비자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앞으로도 마케터들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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