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10:00

인류는 종(種)이 다른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였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펫밀리(Petmily)가 등장한 것이다. “2025년이면 교사보다 반려견 교육과 산책을 돕는 도그 워커(Dog Walker)가 더 유망해지고, 가정의 반려동물 지출 비용이 자녀 교육 비용의 3배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 블룸버그의 보도는 결코 남의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의 성장판이 열리다

대체 펫밀리 현상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토록 관심을 끄는 것일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는 최소한 457만 가구에서 1000만 명 정도가 다양한 반려동물과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2년 전 통계임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나 있을 것이다. 게다가 1인 가족 증가와 고령화 사회, 여기에 자녀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딩펫족(Dinkpet)’까지 등장하면서 펫밀리 증가세가 강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브라질, 일본, 유럽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강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례를 우리에게만 국한시켰을 때도 그렇다. 2016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조 2900억 원이었고, 오는 2020년이면 거의 6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 최근 국내에서도 도그워커 매칭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woof.kr

기존에는 반려동물 시장이 ‘사료’, ‘동물병원’, ‘미용’ 이 세 가지에 국한돼 있었다. 물론 지금도 가장 큰 시장은 사료일 수밖에 없지만, 이 시장이 ‘고급화’됨과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되면서 몸집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보육(?) 기업임을 표방한 워키도기는 최근 ‘도그워커(반려견 산책 도우미)’ 및 ‘방문 펫시터(방문 반려견 보살핌 도우미)’와 견주를 연계시켜 주는 ‘우프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해 보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지극히 보편화된 서비스에 속한다.

 

기존 시장은 고급화, 세분화된 서비스는 확장성 갖춰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위한 외국의 앞선 서비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브라질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가 아니라 브라질의 사례를 드는 이유는 브라질이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반려동물을 가장 많이 키우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반려견만 따져도 우리 인구보다 많은 5200만 마리에 이른단다.

반려동물 사랑을 유난히 뽐내는 브라질에서는 전용 놀이방, 전용 스파, 펫시터쯤은 서비스 축에도 못 든다. 출근 뒤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반려견에게 미안해, 브라질의 적지 않은 견주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일과 시간 동안 반려견을 놀이방에 맡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직장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반려견이 안전한지 혹은 행복한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놀이방에 보내려면, 다른 반려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따져보는 성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질병 유무도 확인해야 하는 등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도 브라질과 같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서비스가 조만간 선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규모는 역시 의식주의 기본인 사료 시장이다. 브라질의 경우에도 전체 반려동물 시장에서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 67.3%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 (위)CJ제일제당의 오’네이처와 (아래)KGC인삼공사의 지니펫. 최근 사료 시장은 고급화 추세로 들어서고 있다. cj.co.kr / ginipet.co.kr

빠른 속도로 ‘펫밀리 선진국’ 대열에 접근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사료 시장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사조산업은 2014년 고양이 사료를 출시한 이후 시장성을 확인하고 2015년 습식 사료인 ‘러브잇’ 브랜드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반려견에게 식이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곡물 성분을 제거하고 필수 지방산을 함유한 연어를 원재료로 한 ‘오’네이처’를 출시했다. KGC인삼공사는 6년근 홍삼 성분과 유기농 원료를 함유한 ‘지니펫’의 상승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든 ‘홀리스틱’을 론칭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이나 애경은 지난해 반려동물 전용 브랜드를 통해 샴푸와 미용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이랜드 모던하우스는 반려동물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숍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펫코노미,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애완동물(Pet)과 경제(Economy)를 조합한 ‘펫코노미’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반려동물 시장은 사료와 의료기기, 위생용품, 패션소품 등 기본 품목에서 가지를 친 뒤 다음 단계로 반려동물용 요리, 놀이방, 호텔, 스파, 장례식장 등 고가의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O2O 서비스,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 각종 서비스 앱 등 펫 IT까지 부상하고 있다. 혼자 집에 남은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TV채널은 기본이고, 사물인터넷으로 반려동물을 케어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역시 증가 추세다. 원격으로 간식을 줄 수 있고, 반려동물에게 음성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전용 단말기도 있다.

▲ 모바일 앱을 통해 반려견과 소통할 수 있는 ‘플레이데이트(PlayDate)’는 인디고고를 통해 약 82만 3천 달러(한화 약 9억 4천만 원)를 펀딩 받았다. ⒸPlayDate

반려동물 시장과 관련해 발견되는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가 있다. 반려동물 제품 구매 단가나 매출 증가율에서 고양이가 개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주를 이루는 2030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반려묘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체 가구 중 2/3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프랑스에서도 반려견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그 자리를 반려묘가 차지하고 있어, 세계적 추세임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개보다 훨씬 독립적이어서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려묘가 키우기에 훨씬 편하다는 점도 있으며, 내향성이 강한 1인 가구주인 인간의 성향과 닮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각종 통계로 보나, 반려동물 지출 비용이 자녀 교육비의 세 배를 능가할 것이란 외신 전망을 보나 펫코노미는 매력적 시장임에 틀림없다. 관건은 미국이나 브라질 같은 앞선 시장을 단순히 ‘Ctrl+C’할 것인가, 아니면 “반려동물과 스킨십이 늘어가는 건 우리가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어느 문화평론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트렌드의 본질을 숙고할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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