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16:00

20세기 초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남성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이 미술 공모전에 출품됐습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고, 결국 이 작품은 전시회에서 배제됐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그 유명한 마르셀 뒤샹입니다.

그는 한술 더 떠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은 패러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 작품에는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라는 의미가 담긴 제목을 붙였습니다. 온화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지닌 모나리자를 전혀 다른 이미지로 해석했으니,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던 건 당연한 일이겠죠. “미친 거 아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르셀 뒤샹의 이름 앞에는 ‘전위 미술가’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전위(前衛), 앞에 있다는 뜻입니다. 고정관념에 젖어 있거나 남들만 따라 하는 사람은 앞에 있기 어렵겠죠.

 

『Cheil』 매거진은 지난 1월호에서 ‘Convert’라는 키워드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역학 관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2월호를 이끌어가는 키워드는 ‘Convince’입니다. 누가 누구를, 무엇을 납득시키고 설득할까요? 다양한 얘깃거리가 있겠지만, 그중 『Cheil』 매거진이 눈여겨본 트렌드는 ‘페이크(Fake)’입니다.

페이크는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쓰였지만, 이제는 긍정이 덧붙여져 다양한 의미의 그물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남을 속이는 게, 진짜를 모방하는 게 어떻게 긍정적 가치를 내재할 수 있을까요? 2월호 콘텐츠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를!

『Cheil』 매거진에서 올해 집중하고 있는 12가지 키워드는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1월호의 ‘Convert’와 2월호의 ‘Convince’는 ‘상식의 전복’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이 수반돼야 비주류가 주류가 될 수 있고, 가짜가 진짜를 넘어서는 가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가짜들이 나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확인하러 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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