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8. 7
Interviewee 김민아 팀장(UX팀, 크리에이티브솔루션 본부)
2018년 칸 라이언즈는 시상 구조 개편과 카테고리 축소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통합되거나 폐지된 부분도 있지만, 크리에이티브 이커머스(Creative eCommerce Lions)처럼 신설된 부문도 있다. 이 부문의 첫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김민아 팀장을 현지에서 만나 봤다.
신설 부문의 첫 심사위원이 된 소감과 심사 기준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야 당연히 영광이었고요, 전례가 없으니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해야 할지, 다른 심사위원들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궁금했습니다. 칸에 오기 전 나름대로 정리했던 생각은 단순히 온라인상의 제품 구매를 넘어, 크리에이티브 이커머스답게 작든 크든 그 나라 시장에서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참신한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구매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과정을 얼마나 재미있게 제공하느냐, 또 구매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만드느냐, 이런 걸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기준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어요.
이번은 첫해라서 크리에이티브 이커머스에 대한 정의부터 확립하는 단계였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해가 거듭될수록 더 기대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고 봅니다.
심사했던 후보작들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 있다면?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두 작품이 인상 깊었어요. 하나는 맥캔 인디아(McCann India)가 출품한 <Sweet Change>라는 작품이었는데, 유통되는 동전이 모자라서 거스름돈 대신 캔디를 받는 상황처럼 인도 시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한 점이 돋보였어요.
또 하나는 <Ambi Pur: Accessibility Project>가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사실 이커머스 분야에도 엑세서빌리티가 필요하거든요. 엑세서빌리티란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이동 장애 등 장애가 있는 사용자들도 비장애인이 접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걸 말해요. 이 문제는 저희가 테크놀로지나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 왔는데, 그런 맥락에서 <Ambi Pur: Accessibility Project>는 감탄사를 유발시키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 의미만큼은 남달랐습니다.
▲ 현금 결제 위주인 인도 시장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결제의 편리함을 제시한 <Sweet Change>.
▲ <Ambi Pur: Accessibility Project>는 P&G가 시각 장애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Ambi Pur 제품들의 웹사이트를 시각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심사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심사위원들 각자가 수상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자신이 마음속에 뒀던 작품이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큰 점수를 못 받아서 다음 과정으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들 아쉬워하더군요. 인지상정인 거죠. 저 역시 그랬고요.
그리고 조금 전에 <Ambi Pur: Accessibility Project>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이게 다른 화려한 작품들에 밀려서 주목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작품이 비록 크리에이티브하진 않더라도 이커머스 부문에서 주목해야 하는 의미가 있다고 다른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는데, 제 의견이 많은 동의를 얻어서 쇼트리스트에 올라갔어요.
그때 한 심사위원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면서 “심사위원들 중에도 장애인이 있어야 이런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좋은 의견을 얘기하더라구요. 칸 라이언즈는 그동안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가, 성별 이런 부분들을 조절해 온 편인데, 앞으로는 액세서빌리티에 관련된 작품들을 심사하기 위해 장애인의 심사 참여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지점이 있을 테니까요.
제일기획 수상작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인도법인에서 만든 <Good Vibes>가 이번에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브론즈를 받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과도 연결되지만, 시청각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바일을 사용할 때 조금 더 쉽게,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도록 이 작품이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꼭 장애인을 위한 엑세서빌리티가 아니더라도, 소외돼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시청각을 모두 잃은 사람들을 위해 모스 부호를 활용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Good Vibes>.
세미나는 어떠셨나요?
이번에 칸 라이언즈가 ‘차이나 데이’를 지정했어요. 중국 기업과 에이전시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한 분들을 초대해서 세미나와 포럼을 많이 열었죠. 제가 들었던 포럼을 통해 중국의 기업이나 에이전시들이 굉장히 진취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은 방향성은 물론 인력과 파워, 기술력 등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는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것과 이노베이티브한 것이 중심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제일러들이나 광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모든 시상식에 다 참여했어요. 각 부문 심사위원장들의 얘기가 궁금했거든요. 그중에서 이노베이션 라이온즈 부문 심사위원장이 한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Yes, that’s the great idea, but what is the innovation?
Yes, that’s the great campaign, but what is the innovation?
Yes, that’s the cool product, but what is the innovation?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변화를 이뤄 내는 ‘실질적인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었죠. 그 분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이런 생각은 비단 칸 라이언즈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광고인이나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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