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8. 11
글 편집실, 인터뷰이 조영민 그룹장(제작 1본부 제작 1그룹)
디자인 부문 심사위원으로 2018 Spikes Asia에 다녀온 조영민 그룹장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기존 광고의 한계를 넘어 어떻게 서로 소통하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 세계 광고인들이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번 Spikes Asia에 대해 총평을 해 주신다면요?
총평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체류 일정이었지만, 언제나 위기 상황이 아닌 적이 없었던 업계의 현재를 확인하는 기회는 됐죠. 이를테면 뉴미디어의 대두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확장으로 인한 경쟁 등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변화를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칸 라이언즈도 그런 변화에 대한 고민 때문에 ‘Advertising’ 대신 ‘Creativity’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꾼 거잖아요. 광고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광고의 힘을 회복해 보려는 시도가 이번 Spikes Asia에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의 큰 흐름이나 새로운 경향을 발견하셨는지요?
딱히 올해의 변화라기보다는 Advertising이 아닌 Creativity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생겨난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영향력을 확인시켜 주는 작업들이 많았고, 또 그런 작품들이 상도 많이 받았어요.
예컨대 올해 대상 수상작인 <Palau Pledge> 캠페인은 관광객 수의 급증으로 생태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남태평양 팔라우 섬의 문제를 다룬 캠페인이었죠. 이런 식의 광고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영향력을 확인하는 작품들이 많았고, 이것이 일종의 경향이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2년에도 Spikes Asia에서 심사를 맡으셨는데, 당시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2012년에 제가 심사했던 부문은 ‘디지털 & 모바일’이었는데요, 당시엔 그것이 새로운 미디어의 대두처럼 인식됐죠. 하지만 지금은 마치 공기나 중력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카테고리의 심사를 해도 디지털과 모바일이 배제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콘텐츠는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도 더 즉각적으로 대중과 사회를 반영해야 합니다. 따라서 광고제의 변화는 곧 사회나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라고 볼 수 있겠죠.
이번엔 디자인 부문을 심사하셨는데, 디자인적 조류는 어떠했나요?
디자인이 미학적 요소 외에도 우리 삶에 어떻게 기능하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저희도 그런 측면을 유심히 보려고 노력했죠. 그런 변화는 소셜 미디어든 디지털 미디어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확산시키는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거죠.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단 빨리 만들어서 빨리 확산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주로 평면 작업이었던 광고 디자인이 평면을 벗어나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는 변화도 볼 수 있었구요.
2018 Spikes Asia에서 제일기획의 성과를 정리해 주신다면요?
광고제라는 게 경쟁의 성격을 가졌으니 수상작이 몇 개인가 하는 정량적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정성적 측면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Good Vibes>나 <릴루미노>처럼 저희가 제시한 캠페인들의 관점이 앞서 말씀드린 전반적 트렌드를 잘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제가 가장 의미 있다고 느낀 성과는 ‘Young Spikes Competition’에서 본사 소속 주니어들인 이수정 프로, 전명은 프로가 수상을 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젠더 의식 수준을 자격증으로 만들어 SNS에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내서 디지털 부문 은상을 받았거든요.
기업이나 국가, 그 어떤 차원에서든 우리의 미래는 결국 주니어들이 만들어 나가는 거고, 우리의 자산은 사람밖에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미래를 이끌 주니어들의 수상이 반갑고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 Young Spikes Digital Competition Silver Winner
이번 광고제를 통해 글로벌 캠페인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은 게 있다면요?
제가 글로벌 캠페인을 하니까 해외에 나갔을 때 어떤 자극을 받을 거라고 오해하기 쉬운데요, 사실 글로벌 캠페인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는 그 다양한 사람들 안에 어떤 공통점이 있냐라는 거죠. 언어나 지리적 조건, 국적은 그 전제와 무관합니다. 마케팅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어떤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지, 또 어떤 브랜드나 카테고리에 돈을 많이 쓰는지가 훨씬 유의미한 기준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글로벌 캠페인의 주된 타깃은 ‘밀레니얼’이라고 불리는 젊은 소비층인데, 그런 글로벌 밀레니얼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고 또 그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사실 서울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거든요. 미국이나 유럽에 살지만 넷플릭스도 보지 않고 BTS도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글로벌 인사이트를 많이 갖고 있는 서울의 젊은 층을 분석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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