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20. 9
최지은 프로(소셜팀)
“할미 때는 말이야…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들 간 ‘아미밤’을 든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돌고 있다. 본인이 BTS 덕질을 하기에 나이가 많다고 여기는 MZ세대는 이 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미로 남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어, 영원한 팬심도 느낄 수 있다.
아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아이돌 팬덤을 넘어 SNS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에이지리스(Ageless)’한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서 등장인물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캐릭터가 시대를 초월해 현재 1990~2000년대생의 밈 문화와 만나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나 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다.
▲ 만화 <검정고무신>의 할머니 이미지에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아미밤을 합성한 짤.
ⓒ 트위터 캡처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 위치, 사용한 웹사이트나 앱, 시청 동영상, 광고, 연령대, 성별, 관심 주제 등을 통해 어떤 광고를 노출시킬지 파악한 뒤, 맞춤 광고를 설정한다. 구글 광고의 개인 최적화 설정은 다양한 항목들 중에서 ‘나이’가 한 개인을 알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일 뿐 나이만으로 개인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TMI를 알 수 있는 구글의 광고 개인 최적화
ⓒ https://adssettings.google.com/authenticated 캡처
누구나 쉽게 디지털 환경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활발히 SNS 활동을 함에 따라 SNS에서도 나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의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챌린지’이다.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를 시작으로 박경의 #새로고침챌린지, BTS 제이홉의 #인마이필링스챌린지 등 많은 가수들이 틱톡을 기반으로 신곡 홍보를 위한 다양한 챌린지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유업의 #우유속에어쩌구, 처음처럼의 #염따빠끄챌린지 등 브랜드에서도 제품 및 서비스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챌린지를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른바 ‘인싸’들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가 이어졌다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챌린지가 ‘인싸’만의 문화가 아닌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챌린지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챌린지를 수행하는 주요 소비층이 아니라도 누구나 챌린지의 포맷(미션을 수행하고 SNS에 인증 남기기)을 학습했다.
또한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누구라도 #선한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챌린지에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하며, 챌린지의 세대 확장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예를 들어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 운동, 취미 생활 등 집에서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집콕챌린지,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부케챌린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관련 종사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덕분에챌린지 등이 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챌린지에는 성공의 기준이 있다. 해당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선한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의미나 취지로 기획됐다는 점, 스마트폰과 SNS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형식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범람하는 챌린지 중에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으며 공감, 진실성과 사회 의식이 담긴 챌린지는 대중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집콕챌린지 #부케챌린지 #덕분에챌린지 검색 결과
10대들의 놀이터로 인식됐던 틱톡은 챌린지 열풍 이후 연예인들의 주도로 사용층이 확장되고 있다. 천상계 틱톡커로 유명한 크러쉬와 이영지 이외에도 개그맨 지석진 씨는 틱톡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영상으로 재미있게 제작해 “50년 만에 틱톡에서 적성을 찾았다”는 반응을 얻으며 ‘인간 틱톡’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나영, 기은세 씨도 상황별 코디 챌린지 등 패션 주제의 틱톡 영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등 가수들의 신곡 홍보 외에도 실생활에 틱톡 영상을 업로드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틱톡에서는 AI 기술이 적용된 리얼 애니메이션 필터 #만화에빠지다를 출시함에 따라 10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면서 #만화에빠지다챌린지 총 영상 조회수가 2000만 뷰 이상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 지석진 씨의 틱톡 계정 ⓒ https://www.tiktok.com/@jeeseokjin 캡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의 등장 이후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탁소에서 찾아가지 않는 옷으로 패션 화보를 찍은 대만의 노부부는 한국에서도 유명해질 만큼 전 세계적 ‘인싸’로 떠오르기도 했다. ‘밀라논나’ 채널의 주인공 장명숙 씨는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으로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최초로 론칭한 패션 바이어에서 패션, 유학, 인생 팁,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젊은 여성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대만의 창완지, 쑤시에 부부
ⓒ instagram.com/wantshowasyoung 캡처
최근에는 힐링 영상으로 급부상 중인 ‘미니포레스트’ 채널 운영자가 본인은 50대 여성이라고 밝혀 많은 팬들이 놀라기도 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에이지리스 크레이에터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한옥집, 화덕, 텃밭 등 직접 마당을 꾸미고 K-쿡방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Mini Forest 채널
1993년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였던 꿈돌이는 카카오 TV의 오리지널 예능 <내 꿈은 라이언>에 출연해 9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하며 글로벌 캐릭터로서의 도약을 꿈꾼다. 텀블벅에서는 2000년대 추억의 잡지 『와와 일공구』가 돌아오길 바라는 90년대생의 염원에 힘입어 펀딩 금액 1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사라졌던 캐릭터가 다시 부활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와와일공구 텀블벅 펀딩
ⓒ https://tumblbug.com/wawa109?ref=discover 캡처
SNS에서도 전 세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해 사랑을 받고 있다. 1970~80년대 등장했던 소주의 원조 브랜드 ‘두꺼비 진로’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새롭게 출시됨에 따라 캐릭터 ‘두꺼비’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기말 감성으로 80byte의 문자 메시지 감성을 담아 그 시절을 기억하는 동년배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홀맨도 돌아왔다.
▲ 하이트진로 인스타그램 계정
ⓒ instagram.com/official.jinro 캡처
▲ @holeman_is_back 인스타그램 계정
ⓒ instagram.com/holeman_is_back 캡처
최근 브랜드 계정에서 과거 사라진 브랜드의 일부분을 소셜미디어에서 활용하며, 이에 새로운 페르소나를 부여해 소비자와 친근하게 소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부활은 레트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나타난 브랜드의 에이지리스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오래된 캐릭터는 시대를 관통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과거를 직접 경험했던 예전 세대와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과거를 접하는 세대 사이의 공통적인 문화 코드를 만들어 준다. 브랜드의 에이지리스한 변화는 세대 간 공감과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으며, 지금의 굿즈 문화와 결합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함으로써 세대를 불문하고 소장하고 싶은 친근한 브랜드라는 인식도 갖게 해준다.
미스/미스터 트롯의 인기로 인해 실버 세대의 SNS 참여가 높아졌다고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중장년층은 자녀 세대에게 스밍하는 법, 조공하는 법, 동영상 조회수를 올리는 법 등 SNS로 덕질하는 방법을 배워 그들의 스타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덕질에도 나이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 일은 나이와 무관하듯 “이 나이대에는 꼭 이걸 해야 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앞으로는 어떤 문화를 향유하는 주 타깃을 나이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으로 구분하게 될 것이고, 나이가 취향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쑥, 인절미, 흑임자에 이르기까지 ‘할매 입맛’의 할메니얼이나 미스터 트롯의 찐팬인 실버 덕후는 자신의 취향을 표현한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음식 입맛도, 콘텐츠 소비 입맛도 취향별로 뭉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 최지은 프로(소셜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