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3. 17:22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바둑 대전이 열렸다. 총 5번의 대국,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였다. 이 바둑 대국은 AI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이후 장기와 체스 등에서도 AI와 대전이 벌어졌고, 승리는 매번 AI의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디지털 선두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과 벤처 기업들이 AI 시장에 뛰어들었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 마케팅 분야는 어떨까?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는 JWT Amsterdam이 제작한 네덜란드 보험사 ING의 캠페인이 2개의 그랑프리와 이노베이션 라이언, 3개의 골드, 6개의 실버 라이언을 수상했다.

렘브란트의 작품들을 분석해 스케치 습관, 붓 터치, 색의 사용, 그리고 물감의 두께까지 데이터화해 AI를 통해 알고리즘을 만든 후, 이를 렘브란트의 느낌 그대로 재현한 유화 작품을 3D 디지털 프린팅했다. 이름하여 ‘더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이다.

이 캠페인은 인간이 모작을 만드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정교한 작품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마치 렘브란트의 신작 같은 이 그림으로 인해 ING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까지 더 상승했다고 한다.

 

▲ <The Next Rembrandt> 캠페인 영상


ⓒ guneysoykan.com/nextrembrandt

올해 8월에 나온 소니 디지털 카메라 광고도 인상적이다. 탁구 선수 2명이 소니 디지털 카메라가 둘러싼 탁구대에서 끊임없이 랠리를 펼친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 공의 속도와 방향 등이 카메라에 기록되고 데이터화된다. AI의 딥러닝을 모션 그래픽으로 잘 승화시켰다.

 

▲ 소니 <Sports x AI> 영상


ⓒ 유튜브 캡처

 

올해 1월 CES에서 선보였던 삼성전자의 작은 공 로봇 ‘Ballie’는 AI를 기반으로 IoT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물론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겠지만, AI가 소비자의 실생활에 어떤 편익을 주는지 잘 보여줬다.

 

▲ 삼성전자의 <Ballie: The Cute Rolling Robot>


ⓒ 유튜브 캡처

AI 로봇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휴머노이드(Humanoid)’는 말 그대로 ‘인간(Human)의 모양을 한 것(-oid)’을 뜻하며 모든 형태의 AI 기기를 가리킨다.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의 2019년 <Humanoids Market> 리포트에 의하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은 2019년 5억 7,91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5년까지 매년 40% 증가세로 성장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 나온 데이빗처럼 인간 옆에서 인간의 애정을 받는 로봇도 있고, 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정보 제공용 로봇도 있을 수 있을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AI는 매우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검색 광고에서 키워드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타깃에 맞는 광고 노출, 상품 추천, 그리고 간단한 Q&A를 책임지는 챗봇까지 디지털 마케팅은 점점 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마케팅으로 재편돼 가고 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성과는 매우 높아서 광고 지출 대비 수익률(ROAS)이 일반 온라인 광고 서비스 대비 약 2.6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리테일 현장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집계되는 온라인 환경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데이터를 모으기가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리테일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리테일 회사 베이타(b8ta)는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근거로 마케팅 해결책을 제시한다.


▲ 베이타는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나 태블릿 등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이를 입점 브랜드에 제공한다. ⓒ Frank Gaertner/Shutterstock.com(왼쪽), ⓒ b8ta.com

 

광고·마케팅에서 AI를 다룰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인간 윤리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에서 사용하는 AI 카메라를 활용한 ‘얼굴 인식 시스템’은 데이터 축적 등 개인 정보 노출 때문에 다른 국가로 거의 확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있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앞서 법적인 검토는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은 있지만, AI를 광고 마케팅에 잘 활용한다면 정보 탐색과 시간 부족에 늘 어려움을 느끼는 마케터들에게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엄청난 도구가 될 수 있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정확도는 덤이다. 아무쪼록 우리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지는 방향으로 AI가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준 프로(DT Lab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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