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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광고제(Clio Awards)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세계의 크리에이티브들을 제일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렘에 비행기에서부터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막상 심사가 시작되자 정말 눈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무려 1000개에 가까운 케이스 비디오 필름을 보는데만 꼬박 닷새가 걸리는
대장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여정이었어요. 눈이 휘둥그레지는 테크닉, 입이 벌어지는 스케일의 작품도 많았지만
제 심사의 기준은 ‘질투의 불길로 저를 활활 타오르게 하는가’였거든요.  
지금 소개해 드릴 두 작품이 바로 그런 제 기준을 통과한, 질투 나는 프로모션 작품들입니다.
 
미트 팩(Meat Pack)은 쇼핑몰 안에 자리 잡은 스포츠 슈즈 편집 매장입니다.
‘Hijack’이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듯 경쟁 매장으로 들어가는 고객을 문 앞에서 납치해 우리 매장으로 끌고 오는,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적극적인 프로모션입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쇼핑몰 앱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경쟁 브랜드 매장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스마트폰 위에 100초의 카운트다운 팝업이 뜹니다.
우리 매장으로 지금 달려오면, 도착한 초수만큼 디스카운트 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본 순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쇼핑몰을 가로질러 우사인 볼트의 속도로 달리는 진풍경에 어리둥절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미트 팩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시계는 멈추고 남은 초수만큼 사람들은 할인을 받게 되는 거죠.
최고 기록이 13초! 즉, 87% 할인받게 되는 셈이니, 젊은이들을 미친듯이 뛰게 만들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주는 프로모션임에 분명합니다.
 

 
또 하나, 지하철역 광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무수한 젊은이들을 발견하게 되는 프로모션이 코카콜라 제로가 벌린 70second라는,
영화과 함께한 아주 흥미로운 co-op(co operative adevertising) 캠페인입니다.
 
평화로운 지하철 광장 한구석에 놓인 코카콜라 제로 자판기, 그 옆에 나른한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입니다.
한 젊은이가 코카콜라 자판기로 다가서는 순간,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익숙한 007 테마송 ‘밤바라밤밤 밤밤밤 밤바라밤밤~’을 깔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가 싶더니 자판기 위로 미션이 뜨지요. ‘광장을 가로질러 위층에 있는 코크 자판기 앞까지 70초 안에 도착하면
영화표 두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람들은 뛰기 시작합니다.
 
물론 곳곳에 심어 놓은 ‘방해맨’들이 물건을 쏟거나 개들을 풀거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그들의 진로를 방해합니다.
그 모든 역경과 유혹을 뿌리치고 자판기 앞에 도착했다고 끝은 아니죠.
주어진 70초 안에 자판기 마이크에 대고 007 송을 열심히 불러 합격해야 두 장의 영화표가 툭 떨어집니다.
다리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두들 달리는 이유는, 지루한 일상에 아주 흥분되는 반전과 모험을 가져다 줬으니까요.
 
전 이 케이스 비디오를 보며 생각했어요. 난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가슴을 저렇게 콩닥콩닥하게 뛰게 한 적이 있었나.
저렇게 환하게 웃게 한 적 있었나…. 뭘 설득하려 들고, 때론 가르치려 들고 그랬던 건 아닐까!
요즘 제게 광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전 브랜드와 소비자가 손가락을 걸고 하는 약속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약속이 더 달콤하고, 두근두근하고, 믿고 싶게 만들 수 있다면, 제 광고 인생도 헛되지 않으리라….
 
봄을 맞는 19년 차 광고인의 자세입니다.
 
 
hyewon.oh@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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