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1. 14:00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세리프 TV는 ‘TV를 넘어선 가구’이다. 그 이미지와 위상에 걸맞은 전략으로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리프 TV의 글로벌 론칭 마케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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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매장에서 ‘못 사는’ TV

세계적인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듀오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세리프 TV는 두께와 화질, 인치 대비 가격으로 움직인 기존 TV 시장 원리와 TV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거스르는 이단아 같은 제품이다. 자유로운 이동 및 프리 스탠딩을 위해 두꺼운 프레임을 적용하고, 전선을 가릴 수 있는 패브릭 백커버도 만들었다. 가장 큰 사이즈가 40인치로 TV가 생활공간을 압도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아닌 제품의 가치로 승부, 출혈 경쟁으로 망가져 버린 TV 시장과 유통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가격 할인이 너무나 당연한, 더 큰 TV들이 훨씬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전자 매장에서는 팔릴 수 없는 제품이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고민을 감지한 우리는 영국법인 및 자회사 아이리스(iris)와 함께 세리프 TV를 위한 ‘Go-to-market’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단순한 TV가 아닌 어느 공간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디자이너 가구 또는 오브제로 포지셔닝할 것. 둘째, 단일 가격 정책 유지를 위해 온라인(samsung.com)으로 판매할 것. 셋째, 세리프 TV의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일 수 있는 고급 가구점, 편집숍에서 제품 체험을 제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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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don Design Festival에서 첫선을 보인 세리프 TV

론칭 역시 달랐다. 독일 IFA가 아닌 London Design Festival에서 첫선을 보였다. 부홀렉 형제의 말처럼 ‘World of Technology’가 아닌 ‘World of Living’에 먼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온갖 매체에 일괄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리며 대형 전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대신, 소수 정예의 디자인·라이프스타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그들이 세리프 TV, 그리고 부홀렉 형제와 진심으로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는 힘들이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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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균 CD팀이 런던 소머셋하우스의 고풍스러운 건물의 특성과 부홀렉의 디자인 철학을 살려 세 가지 콘셉트로 구현한 세리프 TV 전시 공간

온·오프라인의 각종 디자인 및 라이프스타일 매체들이 세리프 TV 론칭을 앞다퉈 다뤘으며, <Wallpaper>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Best Domestic Design’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Fast Company에서는 “Unexpected Design Master Piece”라는 표현을 쓰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론칭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도 두 대나 샀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국내 테이스트 메이커들의 취향 저격, “어머 이건 사야 해”

지난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4개국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올해 3월 드디어 한국에서도 선을 보이게 된 세리프 TV.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했다. 론칭 초기에 국내 패피(Fashion People)들을 세리프 오너로 만들어, 그들이 직접 스토리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개인적이고 특별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VIP, 셀럽들을 대상으로 한 ‘10 꼬르소꼬모’ 론칭 이벤트부터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프리미엄 가구점 두오모에서 열린 B2B 고객 대상 세미나까지 1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50여 오피니언 리더들을 세리프 TV의 오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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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담동 10 꼬르소꼬모 론칭 이벤트. 기존 VIP 고객들과 자발적으로 참석한 셀럽들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에서는 부홀렉이 직접 대화를 나누며 세리프 TV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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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세리프 TV는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장에서 구매 상담, 판매까지 진행했다

론칭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출 및 세일즈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현대·신세계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유동 인구 밀집 지역 내 카페, 편집숍 내 제품 디스플레이도 추진 중이다. 팝업 스토어는 네 가지 모듈로 구성해 공간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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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팝업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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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길 카페 도레도레 제품 디스플레이

 

Beyond Bouroullec, ‘Serif in Life’

지난해까지 세리프 TV 프로젝트는 부홀렉 형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서 마케팅까지 모두 관여했고, 실제로 ‘부홀렉’이라는 네임 밸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하지만 부홀렉 특유의 미니멀리즘은 소수의 디자인 애호가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고, 결국 다른 수많은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니치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2016년은 부홀렉의 미학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이 실제 자신의 생활환경 속 세리프 TV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리얼(Cereal)>, <하이프비스트(Hypebeast)> 등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미디어와 협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준비 중이며, 세리프티비닷컴(seriftv.com) 역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스토리를 담아내는 저널 섹션을 추가해 트래픽을 유도함과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삼성 TV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사이트 UX 및 디자인도 더욱 즐거운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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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그레이드된 세리프티비닷컴

판매 정책 역시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정책에서 확대돼 백화점, 가구점, 편집숍 등에서 오프라인 구매가 가능해진다. 제품 출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두 번째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다음 론칭 예정 국가는 북미와 호주, 싱가포르 등이며 이미 미국의 경우 MOMA Store에서 사전 예약 주문이 가능하다.

 

무소유가 과시가 되는 시대

세리프 TV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2006년 보르도 TV 출시 이후 가장 긍정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보르도와 세리프의 공통점은 역(逆) 트렌드, 콘셉트와 공간을 중시한 오브제적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소비자들의 정서는 보르도 시절과 사뭇 다르다.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가 아닌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는 식의 무소유가 소위 있어 보이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 집엔 TV가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은 책과 사람, 자연을 가까이하고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에 차 있다. 실제로 부홀렉 형제들조차 지난 10년간 같은 이유로 집 안에 TV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자신의 공간에 허락할 수 있는 TV가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세리프 TV는 공간을 압도하는 까만 박스가 아닌, 공간에 스며드는 가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세리프 TV, 내 방에도 한 대 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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