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3. 10:00

광고는 제품을 설명한다. 광고는 메시지를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수많은 브랜드와 인기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 속에서 당신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광고는 얼마나 될까? 이제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쿠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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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결정, 어려운 과제

쿠첸은 새로운 캠페인을 앞두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경쟁사에 맞서 ‘쿠첸의 브랜드 선호도 높이기’를 최우선 목표로 했으면 합니다. 또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섭외하고자 합니다.”

밥솥을 비롯한 가전제품 광고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품의 새로운 특장점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브랜드 선호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결정에 동의했다. 경쟁사와의 차별을 위해, 중화권 시장 확보를 위해, 그리고 종합 주방 가전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쿠첸’을 나의 브랜드로 여기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한류 인기 절정 배우, 중국의 ‘국민 남편’ 송중기라니!

클라이언트의 가이드는 우리에게 크나큰 과제로 돌아왔다. 과제 하나, 당시 쿠첸은 새로 출시하는 신제품이 없었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언급 없이 무슨 이야기를 해야 쿠첸을 나의 브랜드로 공감해 줄 것인가. 과제 둘, 대세남 송중기는 약 10개가 넘는 광고에 출연하고 있었다. TV만 틀면 계속 나오는 모델을 대체 어떻게 차별되게 보여줄 것인가. 이렇게 새로운 캠페인은 ‘공감’과 ‘차별’이라는, 냉정과 열정 같은 과제로부터 시작됐다.

 

# 맛있는 밥

과제의 출발은 소비자로부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와 우리는 몇 년간 지속적으로 여성 소비자 대상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조사 결과 속에서 뻔하디 뻔한 한 가지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밥솥 구매 기준 1순위는 압도적으로 ‘밥맛’, 즉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다.

Q. 밥솥을 구매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1순위: 밥맛(50%) 2순위: 편의성(24%) 3순위: 가격(14%)

이 뻔한 답 뒤에 이어진 의견들은 천차만별이었다.

Q. ‘맛있는 밥’이란 어떤 맛의 밥인가요?
A. 구수한, 찰진, 촉촉한, 향 나는, 윤기 있는, 탱글탱글한, 고슬고슬한, 뜨끈한, 갓 지은 등

여성들의 ‘맛있는 밥맛’은 천차만별이었다. 한마디로 개인의 취향인 것이다. 우리 밥솥을 좋아하게 하려면 대체 ‘어떤 밥’을 만드는 밥솥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여성들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Q. ‘맛있는 밥’ 하면 떠오르는 것은?(관련 검색어)
A. 엄마, 집밥, 오래된 맛집, 쿡방, 밥 짓는 법, 남자의 요리 등

안타깝게도 관련 검색어 역시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관련 검색어들을 오랫동안 보고 있자니 한 가지 공통점이 떠올랐다. 이 키워드들이 맛있는 밥을 연상하게 하는 이유는 동일했다. 결과가 아닌 밥을 만드는 과정, 즉 ‘정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확신했다. 밥솥이 가진 본질, 즉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한 ‘정성’을 이야기하자! 여성들은 쿠첸의 ‘정성’을 좋아해 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명품철정 내솥, 편의 기능들, 주방 인테리어를 고려한 디자인까지 이 모든 것은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한 쿠첸의 정성이다. 우리는 그저 잘생긴 남자가 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그런 밥이 아닌, 쿠첸과 함께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정성에 대한 이야기, <쿠첸과 산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 ‘쿠첸과 산다’는 것은

우리는 쿠첸의 정성을 모델 송중기에게 그대로 담아냈다. 즉, ‘쿠첸 = 송중기’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성은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는 상투적인 감성  코드와는 달랐다. 송중기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여성들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심쿵’한 정성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일이 잘 안 풀린 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다. 털썩 주저앉은 나에게 그 남자가 떠준 갓 지은 밥. 밥맛에 정신을 놓은 사이 그 남자가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난 밥 잘 먹는 여자가 좋더라.”

그러고는 다가오는 그 남자, 가슴이 터질 듯이 쿵쿵거린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음~ 밥이 맛있네!”

일어나기 싫은 날 아침, 이 남자는 이렇게 속삭인다.
“더 자요, 밥은 내가 할게요.”

아픈 날이면 이마를 짚어주며 미소 짓는다.
“아프지 마요, 전복죽 해줄게요.”

더운 날, 어려운 요리도 거뜬하다.
“요즘 허하죠? 삼계탕 어때요?”

▲ <쿠첸과 산다> 광고 본편.

힘든 날 명품철정 내솥이 만든 따뜻한 밥으로 위로해주고, 피곤한 날에는 삼계탕 기능으로, 아플 때는 전복죽 기능으로 음식을 만들어 나를 다독여주는, 그리고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는 그 남자, 쿠첸 송중기가 전하는 가슴 설레는 정성. 이것이 다른 밥솥과는 차별화된, 다른 모델 송중기와는 차별화된 ‘쿠첸과 사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쿠첸과 산다> 캠페인 스토리를 일반적인 15초 광고가 아닌 120초의 드라마타이즈(Dramatize) 형식으로 제작했다. 드라마타이즈 광고는 TV 및 극장, 인터넷으로 공개됐다. 또한 아침, 저녁, 주말, 여름 시즌에 적합한 스토리를 10초 광고로 편집해 해당 시간에 노출시켰다. 상상해 보자. 이른 아침, TV에서 “더 자요, 밥은 내가 할게요”라고 말하는 송중기를 만난다면 피곤한 아침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지지 않을까?

 

# 국민 남편, 국민 밥솥

광고 온에어 당일, 반응은 뜨거웠다. 120초 드라마타이즈 광고는 송중기의 매력을 살린 광고로 극찬 받았다. 가슴 설레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는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광고 속 여주인공은 검색 대상이 됐다. 광고 제품과 매장 브로마이드는 결혼 시즌을 넘어 현재까지 마트의 인기 제품이 되고 있다.

반응은 국내뿐이 아니었다. 광고 스토리에 만족한 모델 소속사는 감사하게도 중국 SNS에 영상을 게재해 줬고, 이를 시작으로 광고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영상은 중국어 외 광동어, 영어로 제작돼 중화권 및 동남아 지역에 유포됐으며, 광고 본편 및 인사말, 메이킹 영상의 조회수는 1000만 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매장 등신대를 본국으로 가져가고자 파손하는 여행객까지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쿠첸의 선호도였다. 온라인에서는 ‘이제 쿠첸과 살아야겠다’, ‘밥솥을 바꿔야 할 때이다’, ‘송중기가 만들어주는 쿠첸의 밥맛이 기대된다’ 등 쿠첸에 대한 호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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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첸과 산다> 중국용 광고.

 

# 감성을 움직이는 광고

광고를 만들 때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는 제품의 기능, 콘셉트 키워드 등 ‘어떤 메시지를 기억시킬 것인가’ 고민한다. 조사를 통해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는지 확인하며, 카피가 유행한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단지 ‘텍스트’로 남은 메시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광고가 유행어를 만들었지만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지 못했고, 제품의 기능을 기억시켰지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번 캠페인은 쿠첸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명 ‘심쿵한 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광고 어디에도 ‘심쿵’이나 ‘정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가슴 두근대는 한 남자의 정성스러운 이야기가 있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소비자들은 다른 광고와 차별점을 느끼고, 쿠첸의 심쿵한 정성에 공감해 줬다. 가끔 돌이켜 보자.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일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나면 남겨지는 그 느낌들. 바로 머리가 아닌 ‘마음’, 이해가 아닌 ‘공감’, 설명이 아닌 ‘이야기’가 나와 남을 다르게 만들고, 결국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 <쿠첸과 산다> 시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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