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원칙은 통했다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2.02. 16:00

전 세계 저시력장애인은 2억 2,000만 명에 달한다. 그들을 위한 시각 보조 기구가 시장에 출시돼 있지만, 가격이 1만 달러를 훌쩍 넘는데다 해외 본사에 직접 방문해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만든 무료 앱 ‘릴루미노’는 스마트폰과 VR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삼성이 가장 잘하는 ‘기술’로 더 나은 삶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머리는 단발이고…. 엄마야?”

정연(가명, 14세)이는 기어VR을 쓰고서야 세 걸음 밖의 엄마를 처음으로 알아봤다. 아이는 시력이 없는 전맹과 달리 사물을 뿌옇게나마 본다. 떨어져 있는 엄마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기어VR에 탑재된 ‘릴루미노’ 덕분이었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C-Lab)이 개발한 저시력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앱이다. 연구원들은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여가 시간엔 TV를 시청한다는 설문 결과를 접한 뒤 개발에 착수했다.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 않게 불편함 없이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1. 기업의 이야기에도 내러티브가 있다

릴루미노를 소재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기로 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을 세웠다.

하나, 팩트 사례를 훼손하지 말고 스토리를 만들 것.
둘, 의도된 연출과 감동을 지양할 것.
셋, 브랜드를 티나게 자랑하지 말 것.

제일기획은 <도전에 반하다>, <긍정이 체질> 등 기업 메시지를 담은 웹드라마를 여러 편 제작해 흥행시킨 경험이 있다. 이번 브랜드 콘텐츠는 사정이 달랐다. 모티브였던 장면, 바로 정연이가 엄마를 알아봤던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장고 끝에 선택한 방법은 ‘영화’였다.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내러티브로 담겨 일상의 면면과 조우할 수 밖에 없는 콘텐츠, 영화. 우리는 기업이 갖고 있는 내러티브와 진정성을 영화에 투영하기로 했다. 바로 브랜디드 시네마! 물론 스낵컬처가 폭발적으로 소비되는 온라인 시장에 30분짜리 단편영화를 내놓는다는 건 새로운 모험이었다. 다큐가 아닌 각본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떨치기 힘든 부담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허진호 감독과 배우들.

#2. 집요한 취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야기의 힘

믿는 구석은 있었다. 릴루미노라는 원석을 세련되게 가공할 연출가가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국내외 유명 영화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펼쳐 놓고 여러 날 살펴봤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에서 보편적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능한 허진호 감독이 1순위로 꼽혔다.

허 감독은 프로젝트 취지에 크게 공감하며 메가폰을 잡았다. 허 감독과 제작진은 크랭크인 전까지 한 달여를 취재와 시나리오 집필에 매달렸다. 시각장애인협회를 비롯, 맹학교 학생들까지 만나 일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낯선 할머니가 시각장애인 여주인공을 돕겠다고 막무가내로 팔을 끄는 장면, 꿈에 소리만 나온다고 고백하는 장면, 셀카를 찍은 뒤 모니터로 얼굴을 가늠하는 장면은 모두 취재의 산물이다. 취재하며 만난 시각장애인 신혼부부는 릴루미노를 접하고 “신혼여행에서 이걸로 오로라를 보았다면 좋았을 걸”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촬영 현장도 치밀했다. 남자 주인공 인수는 조율사다. 조율기를 돌리는 방향마저 허투루 찍지 않았다. 실제 조율사가 촬영 현장에 붙어 확인했다. 사진동호회 회원으로 출연한 단역 중에는 실제 시각장애인도 몇 분 있었다. “시신경이 살아 있어 밤낮은 구별하고 살아요. 그래서 행복해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대사다. 원칙을 지키니 이야기의 힘이 두 배 세 배 커졌다.

▲영화 속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 회원들의 단체 사진

#3. 12월의 크리스마스 선물 <두 개의 빛: 릴루미노>

<두 개의 빛: 릴루미노>는 2017년 12월 21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삼성전자 유튜브와 뉴스룸, 포털 네이버를 포함한 공식 계정에서 공개 일주일 만에 1,000만 뷰를, 한달 만에 3,600만 뷰를 기록했다. 예고편과 메이킹필름 등을 포함한 총 조회수는 4,800만 뷰다. 영화는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총 16개 언어로 자막 서비스를 제공했다. 조회수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했다. 점점 짧고 빨라지는 온라인 동영상 소비 트렌드를 감안하면 러닝타임 30분짜리 영상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시청자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30분이 이렇게 짧았다니”,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우친 영화”, “나도 RP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세심해서 놀랐고, 내 이야기 같아 눈물 쏟았다” 등등. 무엇보다 소비자가 기업의 진성성 있는 이야기에 설득이 돼 공감을 표현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더러 “광고인 줄 알고 3분만 보려 했는데 30분을 봐 버렸다”라든가 “광고를 보고 울다니…” 등 기획자의 의도를 간파한 댓글도 눈에 띄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 배우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수영 역의 한지민 씨는 황반변성을 앓는 시각장애인역을 맡아 한쪽 눈동자만 초점을 잃고 시야가 흔들리는 연기를 펼쳤다. 보조 장치도 CG도 없었다. 남녀 배우는 크랭크인 전까지 시각장애인과 만나 생활하며 손짓 하나까지 미러링하듯 연습했다.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직접 체험한 진심의 결과다.

이번 영화가 내세울 점은 또 있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조명한 이야기인 만큼 그들이 영화를 보는 데 소외될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영화인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도 제작했다. 전문 배리어프리 영화 작가가 원고를 쓰고, 실제 시각장애인이 감수했다.

▲’두 개의 빛: 릴루미노’ 감독과 배우 인터뷰 영상

#4. 기업이 사회공헌을 말할 때

‘남보다 더 많이, 열심히 하는데 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까?’

삼성전자는 매년 약 5,000억 원을 사회공헌과 기부 활동에 쓴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연 매출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중의 반응은 ‘아웃오브안중’이다. 지금껏 대중이 사회공헌 콘텐츠에 관심을 두지 않는 데는 이야기의 전형성도 한몫했다. 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했다는 결과 보고 형 콘텐츠가 주였기 때문이다. 또한 봉사 활동의 감동은 온전히 수행자만 누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철학을 전하거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매력적인 소재다. 인간 공통의 보편적 감성과 감정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고, 기업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틀거리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빛: 릴루미노>가 성공한 브랜드 콘텐츠 반열에 들 수 있었던 데는 전형성을 탈피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낸 뚝심이 바탕이 됐다. 특히 원칙 3번을 강조한다. 자랑 끝에 쉬 슬기 마련이므로.

▲’두 개의 빛: 릴루미노’ 영상

<두 개의 빛: 릴루미노> 영화 공개 이후 릴루미노 홈페이지에 관련 문의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앱 다운로드 수도 30% 늘었다. 릴루미노가 알려지는 데 영화가 미약하나마 힘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릴루미노를 통해 다시금 빛을 되돌려 받길 바란다.

 


삼성전자 C-Lab 릴루미노팀의 바람

전 세계 시각장애인의 86%, 약 2억2,000만 명은 잔존 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릴루미노는 저시력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발됐습니다. 또 많은 저시력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해, 칠판의 글씨를 읽고 노트 필기를 하는 등 차별 없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시각장애인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던 삶의 즐거움을 저시력 장애인에게도 돌려드리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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