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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우리는 모두 같지만, 또 모두 다르다

  요즘 들어 제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콘셉트도 인사이트도 크리에이티브도 아닌, 바로 ‘글로벌’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저를 새로운 희망으로 불끈하게 하고, 가끔은 저를 주눅들게 하는 글로벌이라는 이 화두는 제 광고 인생에도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치인 제가 10년 넘게 혁신의 중심이라는 휴대폰과 TV광고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이제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광고로 설득하고 사랑 받아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거죠. 원래 벼락치기에 강하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글로벌 그거…’ 걱정 반 기대 반 하던 제 맘에 용기를 주는 광고가 한 편 있었으니, 바로 폭스바겐의 ‘Milk’입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침,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따르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순간, 우유가 똑 떨어졌거나, 상했거나, 모자라서 급히 차를 몰고 우유를 사러 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툭툭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이 몰고 가는 차는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전 세계 어느 길 위에나 있는 그 폭스바겐들이죠. 광고는 하나같이 슬쩍 뻣친 머리를 매만지며 집으로 돌아와 홍차에 또는 커피에 시리얼에 우유를 따라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다소 철학적인 카피를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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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나는 젊다

 팀의 막내에게 카톡을 날릴 때마다 저를 주눅들게 하는 그녀의 대문 사진 위 헤드라인은 ‘나는 젊다’입니다. 그래요, 그녀는 젊어요.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발을 올려 보지도 못한 롱보드(Long Board – 킥보드의 일종으로 바디가 긴 보드라고 하네요)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래 너 젊어서 좋겠다’, 이런 심술이 불끈 솟아오르네요. 계절도 가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더욱서글픈지도 모르죠. ‘인생을 사계절로 보면 난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라고 물으니 주위에서 주저하지 않고 ‘가을’이라는 대답이 쏟아지더군요. 솜털 가득한 봄은 예전에 지나갔지만, 아직도 노랗게 물들까 말까 망설이는 늦여름 어디쯤이라 말해 주면 안 되는 거니….  하지만 늙는 걸 서러워하는 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회춘을 시도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작년에 75번째 생일을 화려하게 치른 ‘레이밴(Ray Ban)’입니다. 1937년 공군 조종사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티어드랍 모양의 안경에서 출발한 레이밴이 저희 집 할아버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 가히 화석과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캐치(Catch) 편 그런 레이밴에게 제가 특별히 주목하게 된 건 2006년 유튜브를 휩쓴 두 편의 바이럴 때문이었죠. ‘캐치(Catch)’편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을 보세요. 뭐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에 머리도 적당히 벗겨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한 말 그대로 중년의 덤 앤 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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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노인의 나라는 있다

 ▲ 출처 : tvN 사이트    한 케이블TV에서 방영했던 가 인기리에 종영되었습니다. 넘쳐나는 아이돌 다 놔두고 평균 연령 78세.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 할아버지 4명이 떠나는 해외 여행기가 뭐 그리 대단히 재미있을까 싶겠지만 우리가 그냥 할아버지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네 사람에게도 눈부신 젊은 날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각자의 개성 있는 성격과 말투와 재치가 보고 있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었는데요.   ‘직진’ 전문 대쪽 이미지의 이순재, ‘시크’하면서도 자상한 신구, ‘분위기 메이커’이자 ‘로맨티시스트’인 박근형, 투덜투덜 ‘투정쟁이’ 백일섭까지….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는 걸 보면 시청률 대박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그 꽃할배와 맥락을 같이하는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타코벨의 ‘Viva Young’ 캠페인입니다. 2013년 수퍼볼 인기 TOP 10 광고이자  2013년 가장 많이 본 광고이기도 했으니 그만큼 공감한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도 되는 셈이겠죠?     ▲ 타코벨의 ‘Viva Young’ 캠페인    ▶ 타코벨의 ‘Viva young’ 캠페인 영상 보러가기   은퇴자 아파트에 사는 한 노인이 취침시간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가 몰래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래식한 차에 올라타고,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클럽으로 향합니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남의 저택 수영장에 침입해 파티를 벌이고, 폭죽을 터뜨리고, 거침없이 키스를 나누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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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칭찬한다

   얼마 전 후배들과 만난 사석에서 칭찬에 인색하다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배들이 작은 실수를 했을 때 득달같이 지적하는 민첩함에 비해 막상 잘한 일에 대해   칭찬을 듬뿍 해주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영리하게 잘 꾸려가는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내 앞가림에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약속할게요. 이제부터 칭찬은 절대로 아끼지 않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이달에 꼭 칭찬하고 싶은 영리한 두 개의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 캠페인    ▶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 캠페인 바로가기   이 캠페인에서 칭찬할 첫 번째 포인트는 작년 제일기획 본사가 삼성 카메라로 받은 칸 국제광고제의   프로모 & 액티베이션(Promo & Activation) 부문에서 같은 제품, 같은 콘셉트를 한 단계 확장시켜 골드 라이언을 거머쥐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당신도 삼성 카메라만 있으면 전문 사진작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평범한 콘셉트를   영국의 유명 사진작가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수많은 데이비드 베일리를 찾아 카메라를 주고,   교육을 하고, 거침없이 사진을 찍게 한 다음, 그 결과물들을 다양한 장소에 전시하고 그 과정을 바이럴로 확산시키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세일즈맨에서부터 연극배우, 가게 주인장까지 실로 다양한 수많은 베일리들이 스튜디오에서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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