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라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음식점 목록부터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꼼꼼히 기록한 노트만 있다면 여행의 반은 시작한 셈인데요. 요즘은 <백종원의 삼대천왕>, <수요미식회>와 같은 미식(美食) 투어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으니 ‘맛집 찾기’가 취미인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야말로 미식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점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The Michelin Guide)’ 서울 편 발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레스토랑 평가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미식의 바이블’ 미쉐린 가이드
▲ 1900년대 출판 초판부터 2016년 현재까지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레드북 표지 (이미지 출처: 미쉐린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Michelin Guide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슐랭 가이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공식 명칭은 미쉐린 가이드입니다. 프랑스식 발음인 미슐랭이 아닌 미국식 발음인 미쉐린을 따른 것인데요. 이 가이드북은 음식점과 호텔 정보를 제공하는 ‘레드북’과 여행 정보를 소개하는 ‘그린북’ 두 가지 버전으로 발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별점(미쉐린 스타)’으로 유명한 레드북.
그린북은 2011년 한국 판으로 발간된 바 있지만, 레드북 서울 판은 세계적으로 2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이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가이드북이다 보니 한국의 미식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평가 방법 또한 깐깐하고 엄격하다고 합니다. ‘미쉐린 스타’가 유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 미쉐린 가이드는 음식은 별 모양, 식당의 분위기나 서비스는 숟가락과 포크 모양, 호텔은 집 모양의 픽토그램으로 표시한다
호텔이나 외식 산업에서 10년 정도 경험을 쌓은 전문 평가원들이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 평가 대상 음식점이나 호텔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해 평가하는데요. 5가지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오로지 음식만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죠. 별점은 1개부터 3개까지 부여되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빕 그루망(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픽토그램)’으로 표시한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에는 레스토랑 가이드가 아니라 운전자들을 위한 여행안내 책자였다는 건데요. 자동차 산업 초창기였던 1900년대 초반에는 운전 자체가 모험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쉐린(프랑스 타이어 회사)의 창업자인 앙드레 미쉐린과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는 여행자를 위해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의 위치, 식당과 숙박시설 등의 정보를 담은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죠.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1920년대부터 유료로 판매를 시작, 지금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로 116년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대안으로 떠오른 고미요
▲ 한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고미요 책자(이미지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51년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 ‘고미요(Gault & Millau)’도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로 손꼽힙니다. 이 책은 신문기자이자 음식평론가였던 앙리 고(Henri Gault)와 크리스티앙 미요(Christian Millau)가 1965년 창간한 음식 비평서로 미쉐린 가이드와는 평가 방법부터 다릅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오트 퀴진(haute cuisine)을 중시하는 반면 고미요는 뉘벨 퀴진(nouvelle cuisine)에 바탕을 두는데요. 오트 퀴진이 섬세하고 정교한 최고급 고전 요리라면, 뉘벨 퀴진은 인공적이지 않으면서, 재료의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의미합니다. 즉, 고전 요리와 차별화된 새로운 방식의 요리를 만드는 식당에 주목한다고 할 수 있죠. 음식점 등급은 조리사 모자의 개수로 구분하며, 1점부터 최고 20점까지 점수도 별도로 평가하는데요. 점수의 기준은 ‘음식의 맛’이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 레스토랑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
▲ 독자가 맛 집을 추천하고 평가할 수 있는 블루리본 서베이(이미지 출처: 블루리본 서베이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평가서가 발간됐습니다. 한국의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블루리본 서베이’가 그것인데요. 주목할 점은 전문 평가원이나 평론가가 점수를 매기는 미쉐린 가이드나 고미요와 달리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서베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루리본 서베이 홈페이지에 독자 참여 공간을 마련해 독자들이 맛 집을 추천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했죠.
1차적으로는 독자들의 투표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 후 점수 분포에 따라 리본을 1개 내지 2개까지 부여하는 방식인데요. 최고 등급인 리본 3개는 리본 2개를 받은 음식점을 대상으로 블루리본 기사단이 평가해 선정하죠.
미쉐린 가이드의 별 셋과 고미요의 20점은 프랑스 미식 문화의 자부심과 권위를 상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 판 발간을 앞두고, “한국의 미식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한식 문화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섞여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일 텐데요. 아무쪼록 한국의 개성 만점 음식들이 이번 기회에 널리 알려지길 기대해봅니다!
한국 음식이 널리 알려질 기회가 될 수 있겠네요 부디 멋진 책이 완성되기를 바래봅니다~
네, 함께 기대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