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태국에서 버려지는 유기견은 10만 마리. 이들은 쓰레기를 뒤지거나 무리 지어 다니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지역 사회의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날이 증가하는 유기견은 동물 학대와 개고기 거래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소이도그재단(Soi Dog Foundation)과 제일기획 태국법인이 유기견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이색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위풍당당 거리 누비는 유기견 5마리
후미진 골목부터 화려한 번화가까지… 파란 조끼를 입은 유기견 5마리가 방콕 거리를 누빕니다. 이들은 지역 사회 안전을 지키는 ‘워치도그(WATCHDOGS)’인데요. 워치도그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감시 기구’와 ‘지켜보는 개’라는 의미가 그것.
이들은 타고난 감각을 활용, 미심쩍은 상황을 발견하면 짖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워치도그가 보고 있는 장면은 중앙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는데요. 경찰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죠.
유기견에게 움직이는 CCTV 역할 부여
유기견에서 지역 사회를 지키는 감시견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워치도그가 착용한 파란 조끼에 있습니다. 일명 ‘스마트 조끼(Smart vest)’는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기반 기술 △개가 짖는 소리를 감지하는 소프트웨어 △소형 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는데요.
격렬한 움직임과 음성을 인식하면 스마트 조끼는 작동을 시작합니다. 4G∙와이파이를 통해 짖는 위치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즉시 알림이 전달되는 방식이죠. 워치도그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요. 스마트 조끼에 달린 고화질 카메라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합니다.
하지만 워치도그가 짖는 모든 상황이 위험을 암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마트 조끼에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은 짖는 소리를 구분하는데요. 음파 기준으로 평소 짖는 소리와 의심 상황에서 짖는 소리를 판단합니다. 뿐만 아니라 카메라도 위험을 감지한 워치도그가 짖는 소리가 들릴 때만 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래밍됐습니다.
지역 사회와 유기견 상생하는 그날까지
“유기견도 반려견과 다를 게 없어요. 유기견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술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유기견을 따뜻한 시각으로 보길 원했죠. 지역 사회를 지키는 순찰대원 유기견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파콘크릭 칸차트(Pakornkrit Khantaprap) 제일기획 태국법인 담당자는 “가장 큰 도전은 길 잃은 유기견들이 감시견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현재 워치도그 프로젝트는 시범 단계입니다. 아직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남아있죠. 이 프로젝트가 주목 받는 건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건데요.
길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지역 사회 안전을 지키는 영웅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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