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으면 어때? ‘무민세대’가 사는 법

‘무민세대’는 ‘無(없다)’와 ‘Mean(의미)’ 그리고 세대’의 합성어로 쓸모 없고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2030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강요당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온 청년들이 ‘훌륭한 사람’, ‘성공한 인생’에 자신을 옭아매는 대신 지금껏 외면해왔던 소소한 것들에 시선을 돌리고 있죠.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며 홀가분한 일상을 찾아 떠난 무민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방식, 제일기획 블로그가 짚어봤습니다.

“쓸데 없는 물건 삽니다”
‘쓸모 없음’이 선사하는 유쾌함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쓸데 없는 선물 주고받기’가 SNS 상에서 인기입니다. #쓸데없는선물, #쓸데없는선물주고받기로 검색되는 해시태그만 무려 4,000여 개. 휴대폰 빈 박스부터 짚신, 해 지난 달력, 주차금지 표지판 등 한 눈에 봐도 쓸모와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물건들로 가득한데요. 다소 황당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무의미한 것에서 재미와 희열을 찾는 무민세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아무짝에 쓸모 없는 선물을 풀어보며 황당함과 기발함, 쓸데 없음에 한바탕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거죠.

쓸데 없는 물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곳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코엑스에 문을 연 ‘삐에로쑈핑’이 대표적인데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들에 사람들의 눈과 지갑이 열립니다. 제품의 성능과 효용가치를 1순위로 고려했던 과거의 소비 방식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죠.

“쉴 땐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의미 없음’에서 얻는 온전한 휴식

무민세대는 휴식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 유명 휴양지나 맛집 방문 대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식’을 즐기는데요. 실제 한 트렌드 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쉬는 ‘스테이케이션’을 경험해봤다는 응답이 41.0%로 이들 중 62.8%는 ‘아무것도 안 하는 행위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 틀어 놓기 좋은 의미 없는 영상 콘텐츠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어항 속 물고기가 노는 장면, 모닥불이 타오르는 모습 등 특별한 정보를 담지 않은 영상이나 소리가 없는 ASMR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칫 지루해 보이는 무자극 영상을 보면 긴장이 풀린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질린 20대가 무자극으로 눈을 돌리는 이러한 현상은 보통의 존재에 관심을 갖는 현상인 ‘노멀크러시 Normal(보통의)+Crush(반하다)’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 나만의 기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다고 2030 세대가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기준’과 ‘나만의 행복’에 대한 관심은 여타 세대보다 깊은데요. 거창한 목표 대신 일상의 소소한 가치를 추구하며 나만의 기준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게 무민세대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

‘나다운 삶’을 외치는 무민세대의 이러한 욕구는 도서 구매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다수의 개인 심리학 서적이 이를 증명하는데요. 소위 ‘신분상승’을 부추기는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는 다소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들은 ‘하면 된다’ 식의 성공 전략 대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인생이 행복해졌다며 보통 존재들의 세상 살이를 응원하죠.

무민세대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창출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소비자 접점을 만들어낼 전망입니다. 예비 마케터라면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대목이죠.

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서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야 말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을 길러준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주는 유익함을 이야기하고 있죠.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의미를 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1%에서 탄생하는 법이니까요. 다가오는 주말, 하루쯤은 숨 막혔던 일상의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무민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쫓아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