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자체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를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일상을 더 편하게 해주고 세상이 긴밀히 소통하게끔 도와줍니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은 복잡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귀찮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무언가를 입력하거나 여러 번의 클릭을 요하는 기술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생활을 더욱 편하게 해주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과 그 최신 형태인 블루투스 LE에 대해 알아봅니다.
블루투스 LE란
사람과 환경 간에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고, 선(Wire)이라는 장애를 없애기 위한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과 아주 친숙한 개념입니다. 상품 판매와 유통에 필수적인 바코드에서부터
버스 카드 등에 사용되는 RFID, 무선 마우스처럼 기기 간 네크워크에 활용되는 블루투스까지
우리 주변에는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위해 활용되어 온 무선 통신 기술들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써 무선통신 기술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 NFC, IrDA, 또는 OR 코드 등
다양한 무선 통신 기술의 종류나 첨단성보다는,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한 고객 접점을 장악하는 접근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리테일 플랫폼인 아이비콘(iBeacon)을 비롯해
사물인터넷에 활용 가능한 핵심 기술인 블루투스 LE(Bluetooth LE)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블루투스 LE(Bluetooth Low Energy)는 전력 소모의 효율성과 사용자 접근성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된 무선통신 기술로,
타깃 사용자에게 보다 심리스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채널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블루투스 통신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동전 크기의 배터리로도 몇 년간 동작할 수 있을 만큼
적은 전력을 소모하고, 보안 및 전송 속도 측면에서도 뛰어나며, 통신을 하기 전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설정 시간(Paring Time)도 굉장히 짧기 때문에 무선 마우스나 무선 스피커 등 무선으로 된 많은 전자 기기들도
블루투스 LE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표준화가 잘 되어 있어서 OS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최신 스마트폰이
블루수트 LE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NFC와 블루투스 LE를 비교해 본다면, NFC는 통신 범위가 짧기 때문에 정보를 전송하기 위해서
기기를 아주 가까이 대어야 하지만 블루투스 LE는 50m에 달하는 통신 범위를 지니고 있어 해당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부가적 행위 없이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LE를 이용해 소비자의 실내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한데,
실내에 설치한 여러 대의 블루투스 LE 센서가 스마트폰에서 송신되는 전자파 신호의 강도를 파악하여
레이더처럼 소비자의 실내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 와이파이(Wifi) 공유기를 이용한 실내 위치 정보 시스템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설정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입니다.
새로운 리테일 플랫폼, iBeacon
작년 11월 애플은 블루투스 LE를 활용한 새로운 리테일 플랫폼인 아이비콘(iBeacon)을 발표했습니다.
아이비콘은 iOS7 업데이트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통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또한 iOS 안에서 애플의 결제 시스템인 패스북(Passbook)과도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 결제 시스템으로의 확장도 가능합니다.
아이비콘의 핵심은 사용자들의 iOS 디바이스에서 나오는 블루투스 LE 신호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히 감지해 내는 것으로,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신호를 수신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비콘(Beacon)이 있어야 합니다. 선박, 네트워크, 군사 등의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어 온 비콘은
빛, 소리, 전파 등의 약속된 신호를 송수신하는 장치를 두루 의미하는 단어인데
아이비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LE 통신 모듈이 탑재된 비콘이 필요합니다.
애플은 작년 12월부터 아이비콘을 활용해 미국 내 254개 애플 스토어에서 고객들에게 제품과 이벤트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알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애플 스토어 내에서는 별도의 비콘 장치를 설치하는 대신에
매장 내 비치된 디바이스를 고객들의 신호를 수신하는 비콘처럼 활용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블루투스 LE를 활용해 선보인 새로운 리테일 플랫폼 아이비콘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낸다
출처 : Apple Inc
아이비콘 발표 후, 리테일 영역에서 실내 위치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주목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샵킥(shopkick)이라는 업체에서는 아이비콘과 연동되는 샵비콘(shopBeacon)이라는
블루투스 LE 비콘 기기를 개발했는데, 샵비콘은 작년 11월부터 미국의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지점에서 시범 가동되고 있습니다. 샵비콘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와도 연동될 수 있습니다.
▲샵킥에서 개발한 블루투스 LE 비콘 기기가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 일부 지점에서
시범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모습
출처 : 샵킥
또한 에스티모트(Estimote)라는 스타트업 업체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아이비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 LE 센서가 탑재된 에스티모트 비콘(Estimote Beacon)을 개발해 예약 판매 중이며
올해 1월에는 개인이 iOS 디바이스를 비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에스티모트 버추얼 비콘(Estimote Virtual Beacon)이란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비콘을 이용한 광고 서비스도 등장할 예정인데, 올해 1월 미국 모바일 광고업체인 인마켓(inMarket)에서는
아이비콘을 활용해 매장 내 고객들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관심 제품의 광고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 모바일 투 모타(Mobile to Mortar)를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쇼핑객들의 실내 위치 정보를 이용한 스마트폰 타깃 광고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리테일 접점의 진화, ‘Adaptive Storefront’
▲리햅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증강 현실 쇼윈도 ‘어댑티브 스토어프론트’의 프로토타입
지나가던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매핑된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
출처 : 리햅스튜디오
작년 11월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리햅스튜디오(Rehabstudio)에서는 거리를 지나치는 일상의 경험을
온라인 쇼핑의 접점으로 연결시키는 증강 현실 쇼윈도 어댑티브 스토어프론트(Adaptive Storefront)의 프로토타입을
발표했습니다. 지나가던 소비자는 이 쇼윈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심 제품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리에서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쇼윈도 내부에는 블루투스 LE 통신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
행인의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에 매핑되어 있는 소셜 정보, 온라인 쇼핑 기록이나 관심 상품 정보를 받아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보를 수신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통신 기능이 켜져 있어야하며,
쇼윈도와 연동하는 앱을 설치하거나 사전에 개인 정보 활용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기존에도 카메라를 이용한 얼굴 인식 기술이나 센서 등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정보를 파악해 상호작용하는 기술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인식 기술로는 순간적으로 행인의 얼굴을 촬영해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우며
무선 통신 방식에 비해 제작 비용도 높습니다. 초상권 침해 문제의 여지로 인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나 활용에서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영화 를 보면 도시의 광고판이 주인공의 안구를 인식하고 정보를 파악하여
주인공에게 맞는 제품의 광고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블루투스 LE와 같은 무선 통신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런 공상 과학 영화 속 모습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소비자와 소통하는 제품들
▲네슬레 피트니스와 오길비&매더 그룹이 함께 개발한 트위팅브라
착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유방암 자가 진단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출처 : 네슬레 피트니스, 오길비&매더
작년 10월 건강식품 회사인 네슬레 피트니스(Nestle Fitness)와 오길비&매더(Ogilvy&Mather) 그룹에서는
유방암 퇴치 캠페인을 알리고 여성들이 유방암을 자가 진단하도록 하기 위해 트위팅브라(Tweetingbra)라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 속옷 후크에는 트위터의 파랑새 모양을 한 작은 장치가 달려 있는데, 이 안에는
블루투스 LE 통신 모듈과 센서가 탑재되어 있어서 착용자의 스마트폰으로 트윗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속옷의 후크를 풀 때마다 @tweetingbra 계정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한 달에 한 번, 자가 진단을 통해
유방암을 예방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올해 CES 2014에서도 블루투스 LE를 이용한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루모(Lumo)에서는 옷에 부착할 수 있는 브로치 모양의
루모 리프트(Lumo Lift)라는 자세 교정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루모 리프트는
진동 센서와 동작을 감지하는 다양한 센서가 탑재되어 있어서
상반신 어디에 부착해도 사용자의 가슴과 어깨, 아래턱의 위치 등을 파악해
사용자가 구부정한 자세를 취했을 때 진동을 울려 경고해 줍니다.
운동할 때 사용하면 움직인 걸음 수나 칼로리를 계산해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합니다. 블루투스 LE 통신 모듈을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2시간 충전으로 5일 동안 동작합니다.
▲옷에 부착 가능한 루모 리프트는 사용자가 나쁜 자세를
취했을 때 진동을 울려 경고해주는 자세 교정 제품이다
출처 : 루모
인포모션 스포츠 테크놀로지스(Infomotion Sports Technologies)에서는 94피프티 센서 바스켓볼(94 Fifty Sensor Basketball)이라는 농구공을
제작했는데, 농구공에 센서와 블루투스 LE 통신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
사용자의 운동 모습과 활동량을 측정해줍니다.
공에 장착된 중력, 가속도 등의 센서가 사용자의 드리블 패턴이나
슛을 던지는 각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블루투스 LE를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운동 기록과 더 정확히 슛을 던지기 위한 개선점을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인포모션 스포츠 테크놀로지스가 제작한 농구공으로, 사용자의 운동 모습과 활동량을 측정해준다
출처 : 인포모션 스포츠 테크놀로지스
지금까지 우리 주위의 사물은 한 가지 목적만 수행하는 도구에 불과했지만, 무선 통신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어떤 사물이라도 사람과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물은 사람과 연결하는 통신 기술이 사물의 활용 범위를 확장시켜, 평범한 일상 속 환경을
심리스한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의 방향성, 심리스한 경험
블루투스 LE는 넓은 전송 범위와 활용 장치의 소형성, 저전력성, 그리고 벽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 요인의 영향을 적게 받는
장점 덕분에 우리 일상의 환경과 사물에 두루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내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솔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블루투스 LE가 기술의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선 통신 기술을 위시한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보여주는 방향성입니다.
소개해 드린 사례들을 살펴보면 기술의 발전은 불편한 과정을 끼워 넣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을
디지털 채널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심리스 경험(Seamless Experience)에 주목해야 합니다. 블루투스 LE와 같은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일상적인 행동과 환경에서도 새로운 소비자 접점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활용의 열쇠는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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