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16:15

중국에 대한 첫 경험 둘

중국 근무 3년이 지났다. 주재원 발령을 앞두고 겪은 잊지 못할 두 가지 경험이 있다. 2012년 10월 주재 발령을 앞두고 중국어 회화 3급을 따야 하는 압박 속에서 첫 수업 시간, 발음과 네 가지 성조를 따라 하던 왕초보에게 중국어 선생이 내 이름을 가르쳐 줬다. 내 이름은 고유명사 길기준이 아니었다. ‘지지쥔’이었다. 중국식으로 말이다. ‘왜 내 이름까지 바꿔야 하지?’ 하는 당혹스러움에다가 모든 외국인, 외국 지명 등 영어 단어가 다 바뀌었다. 지도를 놓고 나라 이름을 중국어로 얘기하는 같은 반 친구가 신기할 정도였다.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 전 세계 고유명사를 자기네 식으로 바꾸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두 번째는 가족의 반응이었다. 두 아이 모두 “왜 가야 하느냐? 가려면 아빠 혼자 가라”고 했다. 설득 아닌 설득 끝에 다행히 가족이 따라 와줬지만, 중국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나라는 아니었다.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중국은 세계에서 과거 어떤 위치였고, 현재와 미래는 어떤 위치일까? 중국 역사를 세계 경제라는 관점에서 빠르게 훑어보면 이렇다. 당나라부터 청나라까지 전 세계 GDP의 30~40%를 차지하던 대국. 아편전쟁(1840년)부터 중화민국 수립(1949년)까지 소위 잃어버린 100년을 거쳐 등소평의 개혁 개방과 WHO 가입(2001년) 등의 급성장기를 거쳐 2010년 GDP 세계 2위로 올라선 나라. 2040년에는 다시 전 세계 GDP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다.

한중 FTA가 2015년 12월에 발효된 것을 계기로 우리의 안방 시장도 이젠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시장이 되기도 했거니와 안방 식탁까지 점령한 ‘Made in China’ 시대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그리고 그 계수가 우리 자녀와 손주 세대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날 것이다.

중국에서 약 20년 넘게 생활해 온 북경대 국제학부 모 교수님의 말씀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에 중국 전문가가 없다! ‘대부분의 해외 유학파 석박사는 99% 미국과 유럽에서 공부한 분들이다. 그 분들은 중국을 모른다. 자기가 배운 것을 최고의 가치로 세일즈하고, 그걸 기회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네들이 배운 나라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좋게 전파해왔다’는 것이다.

그 분들을 거론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받은 교육도 결국 미국, 유럽 등 서구 경제와 문물,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만들었단다. 그러다 보니 중국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드물다는 한탄이었다. 요약하면 ‘내가 아는 중국은 10~15년 전 중국’이라고 이해하면 90%는 맞다.

 

Cheil Greater China의 성장

제일기획이 북경과 홍콩에 사무소를 설립한 시기가 1994년이다. 주로 삼성전자의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업무를 진행해 왔다. Cheil Greater China는 2012년 아론 라우 사장이 새롭게 대표로 합류한 이후 제일차이나와 제일펑타이, 브리보아시아를 묶어 통합된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출범하게 된다.

중국 광고 시장은 2014년 2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약 460억 달러 규모이다. 이미 글로벌 광고 그룹이 모두 진출해 있고, 시장의 성장만큼 경쟁도 그만큼 치열한 마케팅 전쟁터다. Cheil Greater China는 2010년 펑타이를 인수한 첫 해에 매출 총이익이 약 5400만 달러였지만, 최근 5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결과 2015년에는 2억 달러로 4배가량 급성장했다. 현재 중국 광고 컨설팅사인 R3의 발표에 의하면 Cheil Greater China는 중국 시장에서 WPP, 퍼블리시스, 옴니콤 등 글로벌 광고 그룹의 틈바구니에서 8위에 랭크돼 있다.

GlobalNetwork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신규 사업을 용기 있게 시작한 것과 삼성전자의 성장에 따른 동반 성장, 아론 라우라는 로컬 리더십 체제로의 변화, 그리고 대외 브랜딩과 이를 활용한 공격적인 비계열 클라이언트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꿈, Cheil Greater China의 꿈

‘중국몽(中國夢)’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13년 이후 중국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중국몽이다. 2020년까지 2010년 규모의 중국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비전이 그 핵심이다. 그래서 매년 7.2%의 경제 성장을 통해 2010년 GDP의 2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계획으로 도시화를 내걸고 분당만 한 도시를 매년 50개씩 새로 짓겠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경제 성장률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좀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말이다.

Cheil Greater China는 2014년에 ‘2017 비전’을 수립했다. 2017년에 매출 총이익은 3억 달러, 비계열 클라이언트 비율은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캠페인, 디지털, 리테일 사업은 업계 최고 수준까지 역량을 키워서 경쟁력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비계열 클라이언트 개발은 이미 본궤도에 진입했다. 2015년 비계열 클라이언트 비중이 최초로 30%를 넘어섰고, 주요 포트폴리오에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대형 클라이언트가 포진해 있다. 비계열 클라이언트 수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존 광고 캠페인 분야 외에도 신규 사업으로 이커머스 사업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우고, 기술(Tech) 기반의 디지털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적으로도 북경 위주에서 상해 거점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Cheil Greater China 상해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업계에서 글로벌하고 상징적인(Iconic) 거점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큰물이 큰 고기를 키운다

중국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성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제일기획의 성장도 자체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중국 내 랭킹도 7~8위에 머물러 있어 한국식 성장이 아닌 중국식 성장 방정식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14년 제일차이나가 미디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미디어 사업을 준비했듯이 In-organic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 모델로서 Cheil Greater China가 큰물에서 큰 물고기로 컸다고 평가할 그 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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