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1. 14:00

얼마 전 삼성 소셜미디어에서 발신된 <삼성인 공감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진한 공감을 얻으며 회자된 이 영상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살펴본다.

이거 우리 얘기잖아!

▲ ‘삼성인의 자소서’ 편 영상

“눈물 나요”,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영상이네요”, “나도 자소서 200개 넘게 썼는데…” 삼성 페이스북에 ‘삼성인, 자소서를 다시 읽다(이하 ‘삼성인의 자소서’ 편)’ 영상이 발신되고 소셜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발신한 지 1주일 만에 도달수가 250만 명을 넘었다. 올해 삼성 페이스북이 발신한 콘텐츠 중 최고 수치였다.

▲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 영상

어버이날을 앞두고 발신된 ‘삼성인이 부모님께 자신이 어떤 아들(딸)인지 묻다(이하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순식간에 ‘좋아요’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댓글에는 영상을 보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소셜팬의 ‘셀프 공약’이 줄을 이었다.

 

임직원 출연, 진정성 있는 메시지 전달

삼성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삼성’과 ‘삼성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2030 세대 젊은이들과 ‘도전’과 ‘긍정’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헬조선’과 ‘수저론’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과 삼성 간 공감대를 찾고,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힘을 얻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삼성인 공감영상> 프로젝트는 이런 배경에서 기획된 ‘웹 예능’ 브랜드 콘텐츠다. 출연자들은 갑자기 주어지는 미션을 ‘리얼’로 수행해야 한다. 카메라 수십 대가 동시에 돌아가고 대본도 없다. 최근 유행하는 tvN <신서유기>나 피키픽처스 <ㅇㄱㄹㅇ(이거레알)>의 형식을 참고했다.

단, 출연자는 모두 삼성의 임직원. 소셜팬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임직원을 직접 출연시켜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삼성인의 자소서’ 편에서는 임직원이 입사 시 썼던 자소서를 다시 읽어보게 했고,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에서는 임직원이 부모님께 갑자기 전화를 걸어 질문을 던지게 했다.

걱정도 많았다.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하겠어?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발신 직후부터 소셜팬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까지 ‘삼성인의 자소서’와 ‘삼성인의 어버이날’ 두 편을 합쳐 누적 도달수 450만 명,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소셜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클라이언트 내부 평가에서도 ‘브랜드 콘텐츠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단편 영상 제작을 넘어 하나의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으로 확대하게 됐다.

 

메시지와 관심사 사이에서 균형 잡기

최근 기업들은 대(對)사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소셜미디어 운영에 열심이다. 일부 기업들은 발 빠르게 뉴스룸을 도입했고 특히 삼성그룹은 영상 중심의 브랜드 미디어를 열었다. 주목할 것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우리나라에서 일 평균 사용자가 1000만 명 이상이다. 기업들도 페이스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매출 상위 30대 기업 중 29개 기업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하루에 내 뉴스피드에 스쳐가는 콘텐츠 수는 285개. 친구 소식뿐 아니라 미디어와 기업의 콘텐츠가 하나의 타임라인에서 경쟁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페이스북 내에서 콘텐츠 확산력이 줄어들기에 ‘브랜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소셜팬은 냉정하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강하면 지루해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춘 셀러브리티와 이벤트로 대응하면 체리피커로 돌변한다.

또한 공감, 이해, 도움되지 않는 콘텐츠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하다. 예전처럼 물량 공세도 힘들다. 페이스북의 경우, 콘텐츠에 대한 호응도가 낮으면 그만큼 광고비가 비싸진다. 브랜드 메시지와 소셜팬의 관심사 사이에서 미묘한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아직도 브랜드 콘텐츠에 대한 오해가 많다. 무조건 ‘병맛’ 코드를 활용해야 한다거나 듣도 보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대표적이다. ‘셀럽이 없으면 이슈도 없다’는 생각 역시 흔히 마주치는 오해 중 하나다.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

하지만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느낀,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은 다르다. 첫 번째, ‘브랜드 연관성’이다. 시즈널 이슈와 소셜팬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면, 이름만 바꾸면 다른 기업에서 나가도 될 것 같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가진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한 발 더 나가 해당 브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캠페인 제작 과정에서는 셀럽, 연기자를 전략적으로 배제하고 임직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삼성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픈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게 했다. 임직원을 화자로 삼음으로써 브랜드와의 강한 유대감을 구축할 수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삼성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희소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진정성’이다. 소셜팬은 ‘날 것’에 반응한다. 반대로 꾸며낸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채는 것이 소셜팬이다. <삼성인 공감영상>에서는 출연한 임직원의 진심을 끄집어내야 했다. 또한 자화자찬도 안 되고, ‘훈수’를 두는 꼰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진짜 형이나 누나처럼 진지하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대본을 없앴다. 대신 섭외 과정에서 긴 사전 미팅을 통해 임직원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촬영 중에는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촬영 시간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잡았다. 또한 영상에서는 임직원들의 약점(학점, 저스펙, 지방대 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노력이 소셜팬들에게 전해졌고, 진정성 있는 호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는 소셜팬 입장에서 ‘공유’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들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자신의 타임라인에 공유하고 댓글로 친구를 소환한다. ‘공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셜팬에게 공감을 주거나 정보가 되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삼성인의 자소서’ 편에서는 두 가지 ‘공유할 이유’를 만들어 줬다. 현재 취준생이나 대학생은 ‘삼성인의 합격 자소서를 궁금해할 것’이고 직장인은 ‘자소서를 읽는 삼성인의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할 것’ 이라고 가정했다.

발신 시점도 상반기 삼성그룹 공채 시기 즈음으로 정했다. 덕분에 ‘삼성인의 자소서’ 편은 9000건이 넘는 높은 공유 수를 기록했다. 높은 공유 수치는 콘텐츠의 발신 초기 확산에 원동력이 됐다.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 공감의 초점을 맞췄다. 출연자들이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에 포인트를 줘 편집했다. 그 결과 2000건 이상의 공유가 발생했고, 댓글에는 “울었다”, “부모님께 전화해야겠다” 등 단순한 공감을 넘어 리액션까지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취향이 계속 변하기에 ‘정답’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이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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