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20. 4
채지은 프로(비즈니스 17팀)
‘94’.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바로 국내 햄버거 QSR 시장 빅4 브랜드에서 현재 판매 중인 버거 제품의 개수이다. 90여 개가 넘는 치열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기 위해선 먼저 소비자의 ‘입’ 속에 들어가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취향에 맞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입’ 속에 들어가려면? 소비자가 버거를 주문하려는 그 순간, ‘뇌리’에 스칠 정도로 각인돼야 한다.
더콰트로치즈는 2014년 첫 출시 이래 버거킹의 대표 메뉴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콰트로치즈와퍼를 새롭게 해석한 제품이다. 화이트 체다 치즈를 추가해 고품격 치즈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여기에 업계 최초로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모짜렐라 치즈번’을 사용해 맛과 비주얼 모두 더욱 강력해졌다. 치즈버거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치즈의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선호할 메뉴였다. 처음 제품을 본 순간, 이건 완전히 새로운 버거라는 확신이 섰다.
충분히 새롭고 매력적인 더콰트로치즈….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제품에는 늘 도전과 위험이 따르는 법. 충성도 높은 콰트로치즈와퍼의 팬들이 새로운 제품에도 흥미를 느끼게 만들어야 했다. 기존 제품이 라인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시도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콰트로치즈와퍼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제품인가를 살짝 짚고 넘어가자. 버거킹 코리아에서 개발한 이 메뉴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데 그치지 않고 버거킹 글로벌로 역수출되는 신화를 쓴 제품이다. 버거에도 한류가 있다면 주역이 바로 콰트로치즈와퍼일 것이다. 그런 콰트로치즈와퍼를 새롭게 해석한 버거라니, 인기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이 시즌 2 출시 후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여기에 기존 제품의 맛을 전혀 모르는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소구돼야 함은 물론, 제품명이 기억에 남도록 만들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5초. 그런데 미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미션이 남아 있었으니, 바로 이걸 ‘버거킹답게’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버거킹이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바로 언어유희와 위트를 활용한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다. 이전 버거킹의 광고물을 보면 버거킹 스타일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통모짜와퍼> 캠페인에서는 “이 맛에 통~ 못 자!”라는 키 카피를 활용해 ‘통모짜’와의 발음 유사성으로 귀를 사로잡음은 물론 제품의 ‘맛’이라는 강점까지 잘 표현했다. <All Day King 사딸라> 캠페인에서는 4,900원이란 가격 특성과 타깃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짤의 절묘한 접점을 잡아냈다. 사딸라 밈을 그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라 제품과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짚어내 사람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로 풀어낸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버거킹, 다음 광고는 어떻게 만들 거지?”, “버거킹은 드립을 치려고 광고를 만드는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과 같은 류의 댓글이 무수히 달릴 정도로 버거킹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버거 맛집이자 광고 맛집이 됐다.
과거 콰트로치즈와퍼 광고는 또 어떤가. 2014년 출시 당시 “음~ 꽉 들어찼어!”라는 카피로 말맛을 살려줌과 동시에 치즈가 꽉 들어찬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oint)를 제대로 표현해 줬다. 광고 역시 만만치 않은 전작들을 두고, <더콰트로치즈> 캠페인의 승부수는 결국 버거킹다운 재치와 제품의 POD(Point of Difference)를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해 낼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 제품에서 가장 차별화되는 것이 바로 ‘모짜렐라 치즈 번’이었다. 비유하자면 버거의 헤어스타일이 바뀐 셈이다. 바뀐 헤어스타일을, 즉 번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콱 박히도록 강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한 유행어가 제작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이런 변이 있나!”
유행어로 번을 강조함과 동시에, 헤어스타일의 변신이라는 포인트를 살려내고, 심지어는 제품명인 ‘더콰트로치즈’에도 착 감기는 ‘그분’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바로 이덕화 씨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버거킹에 어울리는 절묘한 만남이었다. 이로써 맛깔난 광고를 만들 좋은 재료는 모두 준비가 끝난 상황.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광고적인 기술을 더했다. 먹음직스러운 씨즐에 이어 이덕화 씨의 중후한 목소리로 “덕화, 덕화, 더콰트로치즈!”라고 ‘덕화’를 3번 외친 것이다. 이를 통해 언어유희가 주는 임팩트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기존 콰트로치즈와퍼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것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한 번 더! 각인되기 위한 마지막 일격이었다.
제품 경쟁력이 워낙 뛰어났던 덕분에, 3월 20일 출시된 더콰트로치즈 2종 시리즈는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TV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궁금하다면 지금 유튜브에 더콰트로치즈 검색 “부타~악 해요!”
▲<더콰트로치즈> 캠페인 TV 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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