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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는 가장 ‘핫’하고 ‘잇’하고
‘힙’한 첨단 기술과 IT의 지식 페어였습니다. 웨어러블, 센싱기술, IoT(Internet of Things), 로봇, 3D프린터, 빅데이터,
커넥트카, 헬스케어 등 향후 기술 발전에 따른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첨단 기술이 속속 현실이 되는 시대,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맞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첨단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

 
영드 시즌3의 ‘마지막 서약(His Last Vow)’ 편에 나오는 악당 찰스 오거스터스 마그누센은
첨단 스마트 기기를 두뇌 안에 체화한 것처럼 보이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마치 ‘구글글래스’를 통해
세상을 보듯, 한 사람의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해 상대방이 꼼작할 수 없는 약점을 찾아냅니다.
 


 

 
▲(좌)마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상대방의 약점을 탐색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BBC 드라마 의 한 장면
(우)첨단 정보통신기술 사업에 대한 주요 트렌드를 논의하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인터랙티브 페스티벌
 
 
에 나오는 ‘마인드 팰리스’처럼 한 사람의 모든 정보가 특정 공간에 놓여 있는 것을 연상하는 기억법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휴대폰과 웨어러블, 사물인터넷과 무선 통신으로 구성될 다가올 미래에서는 누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돼
셜록 놀이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SXSW의 한 세션에서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스마트 기기(Smarter Tools)란 ‘어떤 상태로든지 무엇이든 읽고
쓸 수 있는 디바이스’라고 단언했습니다. 보다 스마트해지는 기술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 등의 디바이스가
일상생활에 더욱 밀착해 오는 한편, 새로운 ‘센싱(Sensing)’ 기술로 개인의 건강상태나 일상 정보 등이 기록되고 쌓이게 됩니다.
웨이러블 신발은 매일 주인의 체중과 보행 기록을 확인해 알아서 건강관리를 하고 야구선수들의 배트에도 칩이 들어가
홈런과 안타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타격폼을 교정해 주는 시대가 곧 오게 되겠죠.
 


 

 
▲(좌)2014 SXSW Top Tech Innovation Trends 세션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출처: imagethink)
(우)SXSW 전시 부스 중 뇌파를 활용해 샌드위치를 자신의 방향으로 옮기는 게임을 선보인 SUBWAY
 
 
미래의 센싱 기술은 가시적인 것을 넘어 감정과 잠재의식까지 볼 수 있게 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머릿속 뇌파를 활용한
소비자 조사와 마케팅 기술이 더 이상 픽션의 영역이 아니듯, 우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데이터들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지요. 소개팅을 통해 만난 남녀가 맨 처음
“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서먹하지만 설레이는 시간이 이제는 단 몇 초 만에 스마트 기기를 통해 단축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상상의 영역입니다. 다만 충분히 예측되는 미래입니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기술 발전은 이제 인간의 자유를
위협하는 영역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웨어러블의 끝판왕은 아마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체내 디바이스가 될 것이며,
센싱은 감정과 무의식을 지나 잊힌 기억을 복원하는 수준이 될 것이고, 스마트 기기는 로봇으로 진화해 앞으로는 수술도 하고
판결도 내리고 건축도 하고 정산과 협상도 잘하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첨단 기술의 예측 불가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가 업으로 몸담고 있는 광고와 마케팅도 급변해 미디어의 구분이 없어지고
광고의 본질 자체가 많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테크놀로지스트’라는 생소한 타이틀이 최근 광고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직종으로
부상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닙니다.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까

 
SXSW에 다녀와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미래의 트렌드를 배우고 아는 것보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기술과 트렌드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인간은
앞으로의 변화를 견디며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과연 우리는 몸 안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헬스케어 기기나,
뇌파를 동기화해 잊힌 기억을 복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온전히 감당해 낼 수 있을까요?
 


 

▲(좌)첨단 장비가 장착된 Connected Car가 과연 인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상 뉴스
(출처: SXSW 세션)
(우)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의 한 장면 (출처: )

이번 SXSW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많은 이야기가 거론됐던 부분이 바로 첨단 기술에 대한 보안과 프라이버시, 윤리의식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되겠는가’하는 기술 발전에 대한 점검과 자기반성이 벌써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스마트 기기가
진화해 마침내 완성될 ‘로봇’에 대한 인식에서도 우리 인간은 로봇이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 아니면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제 기업에서도 획기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로봇이 단순히 청소나 경비 업무를 넘어 빅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언어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광고 카피를 쓰는 일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뒤 제일기획 사무실에서도 김경태 프로와
복제인간 로봇인 AE-301 프로가 같이 일하게 될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되겠지요. 과연 인간의 설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쩌면
SXSW의 많은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이런 이슈는 나날이 스마트해지는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일지 모릅니다.
 
 

첨단 기술 이면에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Humanity’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테크놀로지와 트렌드가 넘쳐나는 SXSW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인간성(Humanity)’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습니다. 스마트 기기와 로봇이 앞으로도 할 수 없는 일들은 문화, 타협, 희생, 유머, 비전, 새로움에 대한 탐구 등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부분들이라는 것이지요.
 


 

▲(좌)로봇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없는 것들 (출처: SXSW 세션)
(우)기술 발전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SXSW 세션
 
 
왜 사람은 로봇과 달리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행복해하고, 자살을 막는 일에 감동을 받고, 기능이 좋아진 가전을 식상해하며
욕을 들으면서도 웃고, 인종 차별에 반대할까요?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로봇의 세계관과 달리 인간은 때때로 본능적이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 이면에서
휴머티니를 찾는 캠페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많은 이의 공통된 주장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캠페인 인사이트도 첨단 기술의 이면에 잠들어 있는 인간성을 얼마나 감성적으로 회복시켜 주는가에 있는 듯합니다.
SXSW에서도 ‘Global Impact’ 세션 분야에서는 ‘Tech for Social Good’이라는 주제로 재해 지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을 돕는 구호활동을 진행한 Google의 사례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국제 광고제에서 인정받은 많은 수상 캠페인에서도 휴머니티를 일깨우는 감동적인 콘텐츠를 찾는 일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단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라는 오래 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 말은
언제 어디서든 굿 컴퍼니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다시금 새로이 느껴져야 할 가치임에 분명합니다.
 


 

▲(좌)빅데이터를 활용한 미국 허리케인 재난 구호 사례 (출처: Google)
(우)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간의 편리를 위한 기술에 대해 논의한 SXSW 세션
 
 

기술과 공존하면서 보다 인간다운 미래를

 
센서가 뇌파와 신경을 지배하고, 웨어러블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간의 호르몬과 유전자를 바꾸고, 3D프린터로
만능 복제인간을 찍어내는 세상이 올 테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술 위에 고령화 시대를 맞은 인간은 이 기술의 발전을
이겨내면서 더 오래오래 살아야 할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기술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남은 인생을 위해
보다 긴 호흡으로 기술과 더 큰 가치를 지닌 우리 ‘인간’의 행복을 위해 앞으로 더 좋은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인류의 외침에
우리는 더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SXSW에서 가장 꽂혔던 문구는 바로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이었습니다.
빨리 변하는 시대일수록 어쩌면 우리는 오랜 삶을 위해 더 긴 호흡의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I didn’t have time to write a short a letter, so I wrote a long one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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