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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방법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말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만들어 냈을 테지만, 어느 작품이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여러 작품 중 『공중 그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책입니다.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을 때는 십중팔구 전문적 ‘해석’과 ‘처방’을 기대하겠지요. 이라부를 찾아온 환자들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라부는 환자를 결박해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부터 놓는 막무가내 의사입니다. 환자가 조심스레 고민을 털어놔도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그를 찾아온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결국 마음의 병도 치료하게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라부는 그럴싸한 처방전 대신 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회 전략을 택합니다. 나무만 보느라 숲을 미처 보지 못했던 환자들이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숲의 진짜 문제를 깨닫게 만드는 거지요. 사실 짧은 대화만으로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법’을 제시해 주는 의사가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요? 아무리 유능한 의사도 ‘실마리’를 줄 수 있을 뿐 진정한 위로는 스스로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능한 게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 실마리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효과적으로 던지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Cheil』 매거진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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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연결하라

지난달 칸 라이언즈가 열렸습니다. 올해 칸 라이언즈의 수상작들을 두루 살피다 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게있습니다. 사회적, 공익적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젠더, 장애인, 장기 기증, 환경….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부조리와 불편함을 개선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력들이 돋보였죠. 마치 칸 라이언즈가 마블의 새로운 어벤져스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What Creativity Can Do?’라는 세미나에서 구글의 연사들은 앞으로 공룡에게 생명 불어넣기, 국가 재건 돕기, 난민 돕기 등등에 크리에이티비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의 지속성과 풍요로움과 하모니를 위해 보탬이 되겠다는 얘기죠. 칸 라이언즈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어벤져스가 되려나 봅니다. 물론 올해 갑자기 이런 경향이 나타난 건 아닙니다. 예전부터 있어 왔고, 지속적으로 시도돼 왔습니다. 올해 유난히 이런 어젠다가 부각된 데는 어쩌면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더 긴밀히 연결됐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손만 살짝 잡았던 관계에서 스킨십이 본격적으로 무르익는 단계로 발전한 셈이라고 할까요. 디지털,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찬란히 빛나는 ‘별’이었지만, 지금은 삶의 크고 작은 굴곡들을 연결하며 밤하늘 전체를 환하게 만드는 ‘별자리’가 돼 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칸은 폐막 후 올해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행동과 사고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여 줬고, 성장을 주도하고 문화에 영향을 미치며,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