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8. 12
글 편집실
요즘 복고풍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요. 영화 <밀정>의 연계순이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와 고애신이 된 듯 말이죠. 복고 사진이 비단 젊은 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소 연로한 아빠 ‘모던 보이’와 다소 나이 든 엄마 ‘모던 걸’이 자녀들과 함께 시크한 포즈를 취하며 가족 사진을 찍습니다. 예전에는 으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의자에 앉은 부모 뒤로 자식들이 빙 둘러서서 가족 사진을 찍기 마련이었지요. 세월이 흐르니 이렇게 새로운 포맷의 가족 사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일제강점기 경성 풍경을 재현한 듯한 이런 사진에 환호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시절의 정서를 유추해 낼 수 있는 40~50대가 아닙니다. “엄마 어릴 적에는”으로 시작되는 얘기는 제법 들었을지 몰라도 “할머니 어릴 적에는”은 그다지 들어본 적이 없는, 그 시대와 아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20대입니다. 20대가 40~50대보다 ‘머나먼 과거’에 더 반색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거리’의 정도가 ‘새로움’을 포착하기에 딱 알맞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40~50대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1970년대에는 사진관이 들어선 동네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부정기적으로 동네에 사진사가 찾아오곤 했는데, 이들의 리어커에는 이발소 그림 같은 배경 화면을 비롯해 큼지막한 조화가 꽂혀 있는 화병, 가짜 조랑말 따위의 소품이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일종의 ‘찾아가는 사진관’이라고나 할까요?
복고가 새로운 어법으로 다시 등장하는 걸 보면, 1970년대식 찾아가는 사진관도 머지않아 홍대 앞 놀이터나 가로수길에서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또한 40~50대에겐 그저 추억이지만,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일 테니 말이죠.
『Cheil』 매거진은 지난 11월호에서 ‘Con-venience’라는 키워드를 통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신속하게 얻고 싶어 하는 세태를 짚어봤습니다. 12월호에서는 ‘Con-tact’라는 렌즈로 아날로그와 새롭게 접촉하는 최근의 움직임을 포착해 봤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서는 어김 없이 이 말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추억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으로, 행복으로 되살아나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공감의 교집합이 커질 테니까요. 보드라운 이해, 그것이 아날로그의 속살일 테니까요. 이럴 때는 단연코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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