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5. 10:00

독특한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환경 쓰레기, 용도를 잃고 폐기됐다가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공간들, 누군가의 일상에서 아웃됐다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물건들…. 재활용하든지 새활용하든지, 직접적으로 실천하든지 간접적으로 참여하든지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다.

 

<대출받기 싫어요!>

국제환경단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매년 ‘지구 용량 초과일(Earth Overshoot Day)’을 선포한다. 지구 용량 초과일은 자연이 인류에게 준 1년치의 자원과 에너지를 모두 써 버린 시점을 뜻한다. 2018년의 지구 용량 초과일은 8월 1일이었다. 즉 1년 동안 써야 할 자원을 8월 1일에 다 썼으니, 8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내년 것을 미리 대출받아 쓰게 되는 셈이란 얘기다. 하지만 지구는 유한하다. 이런 대출이 계속된다면 ‘국가 부도의 날’이 아니라 ‘지구 부도의 날’이 오는 게 아닐지….

 

<재활용이 아니라 새활용>

Ⓒ 서울새활용플라자(seoulup.or.kr)

 

조병철 작가가 아모레퍼시픽과 컬래버레이션한 키네틱 아트 작품 ‘핑크 리본’.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그 동력으로 핑크 리본의 공병들이 움직인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정문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업사이클링과 예술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데 워크숍, 공연, 교육, 전시 등이 이뤄진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양말 꼬매 신을 줄만 알았지…>

Ⓒ 터치포굿(touch4good.com)

요즘도 구멍난 양말을 꼬매 신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면서 스스로 대견해하는…. 그런데 이건 몰랐을 거다. 양말이 고양이가 될 수 있다는, 아니 고양이 인형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업사이클에 디자인을 접목시킨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버려진 양말로 고양이 인형 ‘나비드’를 만들어 환경도 보호하고 월드비전의 식량 지원 사업에도 기부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이런 고양이라면 얼마든지 입양할 수 있을 듯하다.

 

<나도 모르게 은근슬쩍>

Ⓒ ja.wikipedia.org

도쿄에 있는 트렁크호텔은 폐자재를 재활용해 건물 전체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호텔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소품들도 전부 재활용된 것들이다. 이 호텔은 ‘사회 공헌이나 기부를 아직도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사회 공헌에 동참하게 만들자’는 콘셉트로 오픈됐다. 호텔 내부에는 친환경 스토어도 있는데,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은근슬쩍 환경 보호에 참여하게 된다.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

Ⓒ 서울사랑(opengov.seoul.go.kr)

서울 상암동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 석유 비축 기지로 사용되던 건물을 재활용한 것이다. 용도 폐기로 2000년대 이후 방치돼 있던 이 건물은 기존 5개의 탱크 중 하나만 원형대로 보존하고, 나머지는 리모델링돼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문화비축기지는 부수고 다시 짓지 않아도 기존 모습 그대로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아름다움 너머에 무엇이 있관대>

Ⓒ 크리스 조던(chrisjordan.com)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지 않은가? 맞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고흐의 것이 아니라 사진 작가 크리스 조던의 2011년작 이다. 표절이라고? 글쎄, 이 작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것이다.

이 작품은 5만 개의 라이터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이처럼 폐품, 쓰레기 등을 작품 소재로 활용하는 정크 아트는 1950년대부터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며, 현대 미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돼 왔다. 정크 아트는 단순히 재활용이 아닌,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업사이클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막 크리스 조던의 팬이 된 이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마침 성곡미술관에서 2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 제목은 <아름다움 너머>. 우리가 아름다움 너머를 헤아릴 줄 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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