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불러모으는 팝업 커뮤니티 | 제일기획 블로그  
2019.10.08. 15:30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살롱 문화가 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브랜드들도 살롱 문화의 확산에 부응하며 소비자들의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응원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공감대 형성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를 제고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시장 조사 기업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가 10대 네티즌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소셜미디어로 브랜드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응답률은 16%에 머물렀고 “원하지 않는 대화를 요구하는 기업에게는 불쾌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있었다. 젊은 소비자들이 기업과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오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객 관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메일, SNS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기업과의 과도한 접촉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 소모임 형태의 팝업 커뮤니티를 고객 커뮤니티 전략에 적용해 볼만 하다. 체험 중심의 단발적인 팝업 모임을 통해 고객들이 함께 활동하도록 하는 이런 전략은 ‘원데이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스타벅스와 리바이스는 로스팅 클래스, 원데이 커스텀 클래스 등 자사 상품을 직접 제조하거나 변형해 보는 단발적인 만남을 통해 고객의 취미 생활을 지원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컬러 인테리어 브랜드 홈앤톤즈는 정규 아카데미를 열어 셀프페인팅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구 브랜드 모나미의 원데이클래스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모나미와 함께하는 음식 레시피 일러스트’, ‘컬러트윈 브러쉬로 완성하는 수채화’, ‘모나미 데코마카로 마트료시카 꾸미기’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리고 있다.


▲ 모나미 컨셉스토어에서는 브랜드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한다. Ⓒ monamiconcept.com

팝업 커뮤니티는 대규모의 화려한 이벤트보다 실속도 있다. 특정 이슈나 활동에 높은 관심을 가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상황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유대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 팝업 커뮤니티로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이 있다. 러닝 장소와 일정을 공지하면 원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뛰는 식이다. 러너들은 앱으로 달린 시간과 거리, 동선을 기록하며 SNS로 공유하고, 러닝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달리기는 함께 하면 더 재미있고 완주도 쉽다. 내가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즐거움도 크다고 한다. 퇴근 후 회식보다 달리기나 취미 생활을 선호하는 2030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아디다스, 뉴발란스도 러닝, 요가 등 소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 ‘나이키 런 클럽’은 러너들의 특성에 맞는
전문적이고 프리미엄한 러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 nike.com

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라파(Rapha)도 팝업 커뮤니티로 유명하다. 2004년 라파를 창업한 사이먼 모트램(Simon Mottram)은 명품 자전거는 많지만 의류나 액세서리는 폴리에스터 재질의 저품질 제품이 대부분인 점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신축성 좋은 고급 울 소재에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사용한 프리미엄 사이클링 웨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클링 인구가 늘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라파에는 1만 2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된 글로벌 고객 커뮤니티 ‘라파 사이클링 클럽(Rapha Cycling Club)’이 있다. 자전거도 아닌 자전거 의류 브랜드가 사이클링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단지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사이클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객이 집중된 23개 지역에서는 클럽하우스도 운영한다. 2017년 오픈한 서울 가로수길 지점은 런던, 뉴욕, 도쿄, 암스테르담 등에 이어 10번째 클럽이다.


▲ 패션 브랜드 라파는 사이클링 문화의 확산을 위해
클럽하우스를 운영한다. Ⓒ rapha.cc

클럽하우스는 매장이라기보다 자전거 라이더들에겐 만남의 장소에 더 가깝다. 한강, 고궁 돌담길 등 라이딩 스케줄이 정해지면 참여를 원하는 라이더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건물 설계, 동선 디자인도 보행자나 자동차 운전자가 아닌 자전거 라이더 중심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라파에게는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사이클 마니아들의 아지트이자 충성 고객을 양성하는 브랜드 허브인 셈이다.

 

한편 이케아는 2016년 고객의 소모임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정체성과 경험을 공유하는 흥미로운 행사를 벌였다. 영국 런던 쇼어디치에서 팝업 DIY 레스토랑 ‘다이닝 클럽(The Dining Club)’을 2주 동안 연 것이다.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주방에서 이케아 조리 도구를 사용해 요리하는 공간이었다. 브런치, 런치, 디너 등 쿠킹 세션도 열렸지만, 이곳의 핵심은 조립 가구 이케아의 근본 콘셉트인 ‘DIY’를 실천하는 데 있었다.

호스트를 신청한 고객은 레스토랑의 주인이 되고 이케아 도구와 재료를 사용해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 최대 20명까지 친구를 초대해 지중해식 코스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북유럽 디자인과 DIY의 실용성을 표방하는 이케아다운 팝업 레스토랑으로 충성 고객들의 작은 모임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함께 요리하고 먹는 즐거운 추억이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가 창출됐다.


▲ 브랜드의 핵심을 반영해 운영된 이케아 다이닝 클럽.
Ⓒ IKEA 페이스북(facebook.com/IKEAUK)

지금 젊은 세대는 영속적이고 끈끈한 관계보다 가볍게, 즐겁게 어울리면서 달리기나 요리 체험 같은 분명한 목적을 지닌 실속 있고 쿨한 만남을 선호한다. 대규모의 화려한 이벤트보다 고객들이 능동적이고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소모임 형태의 커뮤니티 전략을 고려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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