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합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에겐 예쁜 찻잔과 티보트를,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여행가에겐 커다란 가방과 지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여기, 한 종류의 물건으로만 가득 채워진 공간이 있습니다. 주인장의 고집스러운 취향이 반영된 그곳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연이 숨겨져 있는데요. 저마다 이야기를 가득 품고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마니아의 특별한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01. 느리고 불편해도 괜찮아, 엘리 카메라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손맛과 필름 카메라 특유의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파란 벽과 빨간 문이 시선을 사로잡는 빈티지 카메라 쇼룸 ‘엘리 카메라’인데요. 이곳은 빈티지 카메라 마니아를 위한 편집숍 이전에 주인장 엘리(ally)씨의 오랜 꿈이 담긴 공간입니다. 해외 출장이나 유럽 여행을 다니며 예쁜 빈티지 카메라를 하나둘 사곤 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는데요. “유럽스러운 빈티지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빈티지 카메라숍을 여는 것”이라는 꿈을 엘리 카메라를 통해 이루게 된 거죠.
엘리 카메라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1900년대 초반 독일과 영국 빈티지 카메라 400여 대가 진열돼 있습니다. △웨이스트 프레임 파인더(waist frame finder)를 장착한 ‘영국 EXA 카메라’ △카메라 기술의 시초로 알려진 ‘독일 클래식 카메라’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다양한 카메라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누군가의 시간과 추억을 품고 있는 빈티지 카메라를 들여다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손때만큼이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무척 많은데요. 과거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소형 카메라를 비롯해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instagram)’ 아이콘의 모티브가 된 Onestep 폴라로이드까지…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또한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멋진 카메라와의 조우는 물론 카.알.못 방문객들을 위한 강의 또는 출사 프로그램 등도 매달 진행되고 있는데요.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아날로그 공간, 놓치지 마세요!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9길 30-3 ● 운영시간: 15:00 – 19:00 월, 화 휴무 ● 전화번호: 02-336-0430 |
#02. 연필이 품은, 흑심
‘사각사각’ 종이 위를 지나는 연필 소리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숙제와 씨름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등 각종 전자기기 자판이 등장하면서 이젠 학생과 소수 마니아를 제외하면 잘 쓰지 않는 추억 속 필기구가 돼 버린 연필. 하지만 이곳에 오면 누구나 흰 종이에 연필로 멋진 글 한 편을 써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납니다.
연남동에 위치한 빈티지 연필 전문 가게 ‘흑심’은 연필 특유의 작고 소박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국산 연필은 기본.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미국 딕슨(DIXON) △독일 스테들러(STAEDTLER) 등 300여 종의 빈티지 연필이 전시돼 있는데요. “추억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연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연필을 소개해드립니다”라는 주인장의 말처럼 빈티지 연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카핑 펜슬(Copying pencil)’. 과거 볼펜과 복사기가 없던 시절 특수 염료를 사용해 지워지지 않게 제작된 연필인데요. 당시 영구 보존 서류 작성용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물이 닿으면 잉크색가 녹고 다른 종이를 맞대어 누르면 복사가 돼 볼펜이 등장하기 전까지 폭넓게 사용됐죠. 이처럼 흑심엔 흔하지 않은 컬렉션도 마련돼 있어 방문객들의 흥미를 돋웁니다.
사용자마다 선호하는 필기감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연필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코너도 있습니다. 흑심만의 특색 있는 포장도 눈길을 끄는데요. 손으로 꼭꼭 눌러 쓴 편지가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전용봉투에 담아 영화티켓처럼 생긴 영수증을 동봉해 줍니다.
●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6, 3층 누벨바그 125 ● 운영시간: 14:00 – 19:00 일, 월 휴무 ● 전화번호: 070-4799-0923 |
#03. 수상한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관광객으로 번잡한 신촌 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면 노란 불빛을 내고 있는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불 밝힌 백열전구 아래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이 궁금증을 더하는데요. 한적한 골목길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공간,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로 꾸민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는 추리 소설들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로렌스 블록) △살인자들의 섬(데니스 루헤인) △죽음의 키스(아이라 레빈) 등 선혈 낭자한 책들이 한가득! 7평 남짓 되는 아담한 공간에 진열된 책만 해도 1,700여 권에 이르는데요. 국가별과 작가명 순으로 정렬돼 있어 마치 작은 도서관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매달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이달의 테마’ 선정 도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 9월의 테마는 ‘오마주&미스터리’, 10월의 테마는 ‘시네마&미스터리’, 11월의 테마는 ‘하드보일드&미스터리’였는데요.
이번 달 주제는 ‘한국추리문학대상 & 미스터리’.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역대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작들 중 2010년 이후의 작품들과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올해의 추리소설’ 및 추리소설 계간지 ‘계간 미스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추리 소설의 매력을 좀 더 느껴보고 싶다면 책방에서 진행하는 작은 소모임과 북토크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올겨울,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짜릿한 반전으로 무장한 추리 소설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137-2 ● 운영시간: 13:00 – 19:00 월, 화 휴무 ● 전화번호: 02-6080-7040 |
여기도 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