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거대한 미디어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SNS.
기업과 브랜드가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콘텐츠 전략과 태도가 필요할지 살펴본다.
SNS는 채널이 아니라 미디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셜 네트워크 채널’을 단순 홍보와
위기관리 채널 정도로만 생각했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로 활용할 수 있다는 수준의 논의만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채널을 그렇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제는 주요한 마케팅 채널로 발전하고, 채널이 다각화돼 가면서 ‘소셜 마케팅 미디어’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로 개념이 확장돼 가면서
광고비가 주요하게 투자되는 매우 거대한 채널로 발전해 왔으며,
기존의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페이스북은 전 세계 모바일 광고비의 20%를 흡수하고 있으며,
동영상 광고에 있어서도 유튜브를 위협하는 거대한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 채널이 단순히 ‘채널’이 아닌 구매를 수반한
‘미디어’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가 기대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라
이렇게 페이드 미디어로 변해가다 보니, 너도나도 SNS 마케팅을 얘기하고 SNS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론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발전이
매우 빠르고 역동적이다 보니, 마케터들이 효과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이 사용자의 이용 패턴이 변하는가 하면
광고 상품과 알고리즘이 예고도 없이 변경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CPC(Cost Per Click)는 이렇게 하면 잘 나온다, 광고 세트는 이렇게 나누는 것이 좋다,
효율성 조절은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한다 등등 넘쳐나는 다양한 스킬들이 무색할 만큼
소셜미디어는 변화하고 있다.
이런 대격동의 시기에 마케터들은 과연 스킬을 배우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계속해서 알고리즘에 대처해 나가야만 하는 걸까?(이렇게 되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
러한 스킬들은 기껏 오래 써봐야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과연 이런 격변의 시기에 마케터들은 소셜미디어의 무엇을 봐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그 소셜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특성과 흐름이다. 소셜미디어가 마치
모두 유사한 성향을 가지고 비슷한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에
저마다 기능을 복사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성향과 그 미디어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보면
해당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미디어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금까지 브랜드들은 어떠한 채널을
활용하든지 ‘브랜드가 원하는’ 메시지를 주입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이제는 그 채널, 미디어를 이해하고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용자 인구 통계 특성에 주목하라
그럼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콘텐츠는 과연 무엇인가?
미디어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한다면
미디어별 사용자 인구 통계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의 연령대,
성별을 알고 그들이 그 미디어에서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 형식을 보면
브랜드 계정의 콘텐츠가 어떤 지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할 것은 본 데이터는 모두 모바일 앱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라는 것이다.
모바일이 전체 대한민국 SNS 사용 시간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PC를 결합할 경우에는
중복 사용 데이터를 거르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기준으로 해석했다).
지면 관계상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가장 먼저 주요 사용 연령과 직업별 데이터를 핵심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연령별로 보게 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층이 20대, 그리고 학생이라는 의미이다.
▲ 연령별 모바일 SNS 순 방문자수(출처: 닐슨코리안클릭, 2015년 1월)
특히 인스타그램은 여성이 훨씬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카카오스토리는 전업주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이다.
전업주부의 경우 카카오스토리와 밴드를 제외하면 실제 사용이 매우 미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직업별 모바일 SNS 순 방문자수(출처: 닐슨코리안클릭, 2015년 1월)
이러한 기본적인 바탕 위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숙명여대 학생 65명을 대상으로
간이 조사해 본 결과를 적용해 봤다. 가장 선호하는 소셜미디어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카카오스토리는 거의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숙명여대 학생을 조사한 결과 많은 여대생이 인스타그램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그리고 카카오스토리의 콘텐츠를 똑같이 올린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효과가 있을까?
콘텐츠 성향을 살펴보라
여기에 추가로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성향을 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유사한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고, 사용자층이 겹치는 미디어라 하더라도 미디어별로 사용자가
기대하는 콘텐츠는 크게 다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인스타그램은 좀 더 스타일리시하고 쿨한 미디어로 인식하는 반면,
페이스북은 많은 친구들(학생 친구이든 비즈니스 친구이든)과 관계를 맺고
재밌거나 관심사가 나와 맞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미디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이 크게 차이가 난다.
같은 사람이라 해도 페이스북에는 좀 더 재밌는 콘텐츠나 정보가 될만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인스타그램에는 나를 표현하는 콘텐츠를 자주 올리는 반면 카카오스토리에는 아기, 반려동물 등
보다 더 소소한 이야기나 가족들과 공유하기 좋은 콘텐츠를 올리곤 한다.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콘텐츠
이러한 사용자층과 미디어 특성에 따른 콘텐츠를 보게 되면 어떠한 콘텐츠로
이야기를 해야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낼지에 대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양시의 페이스북 콘텐츠를 보자. 이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
특히 30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경기도 고양시 페이스북 콘텐츠
고양시의 페이스북 콘텐츠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상당히 가볍다. 2)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를
편집해서 콘텐츠의 표현 수준이나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다. 3)다른 인기 좋은 페이지
(예를 들어 한국민속촌 및 부산경찰청 등)를 자주 언급한다. 4)댓글은 마치 이용자들하고
장난치는 것 같다.
그러나 고양시의 콘텐츠는 줄곧 이런 방식이었고, 매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고양시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고양시가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지 주시하게 됐으며, 재미있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저마다 공유하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연스럽게 퍼갔다. 이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이
고양시의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했다.
알고는 있지만, 브랜드의 신뢰성이나 특성 때문에 실행하기가 어렵다?
‘스브스 뉴스’는 이에 대한 좋은 대안을 제시한다. SBS는 이 작은 페이지를 하나 더
개설함으로써 매우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페이스북 채널에서
소통하기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SBS ‘스브스 뉴스’
SBS는 단순히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의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보니 너무 가벼운 콘텐츠나 자칫 저작권에 저촉될 수도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굉장히 예민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페이스북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있다 하더라도 가벼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것에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SBS가 (자신 있게) 내놓은 자식들’이라는 재치 있는 슬로건을 걸어서
SBS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도 페이스북 채널에서 소통하기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브랜드 친밀도와 콘텐츠 파급력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브랜드가 원하는 메시지 VS 사용자가 원하는 메시지
이 두 사례에서 보이는 것은 ‘브랜드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파할 것인가,
‘플랫폼과 미디어 사용자가 기대하는 콘텐츠 메시지’를 전파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이다.
지금까지 마케팅과 PR은 브랜드가 원하는 메시지를 원하는 방식으로 뿌리면서
그에 대한 반대 정서를 ‘위기’나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관리해 왔다.
이제부터의 마케팅, 특히 네이티브 광고 시대에는 미디어와 플랫폼에 따라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것을 중심에 둬야 한다.
목과 어깨에 힘 빼고, 우리의 대상이 어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브랜드 친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보다 더 세련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페이스북의 두 가지 사례만 예시로 들었으나,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에서
사용자가 기대하는 콘텐츠는 페이스북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형태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 브랜드의 메시지는 이거니까 이대로 가라, 사진 속에서 내 브랜드가
제일 잘 보여야 한다는 고집은 SNS 마케팅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SNS는 처음부터 소통과 공감의 장이었으며, 사용자들 속에 섞여서 서로 이야기를
해나갈 때 진정성과 친밀도가 높아지고, 이것은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
SNS에서 광고비를 많이 들였는데도 별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SNS를 개설함으로 인해서 브랜드가 더 공격을 많이 받고 골치가 아프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제는 정말 그 미디어, 그 채널에 대한 이해가 있었느냐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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