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제주도에서 열렸던 는 영감과 창조, 혁신이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는 고정된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컨퍼런스와 달리 참가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능동적 형식이 특징이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우리 사회의 혁신가 100여 명이 모여 열띤 소통과 교류를 나누었던 시간, 새롭고 놀라운 관점을 던져
주었던 그 시간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다양한 가치관의 이종결합
“이번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결과를 봐.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잖아.”
오늘도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우리 직업만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가를 생각하며, 때로는 성취와 한계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곤 하지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숨 쉬듯 낼 수 있는 천재성을 꿈꾸면서도, 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현실. 성장에 대한 고민은 하루에 몇 번씩 회사 출입카드를 찍는 횟수만큼이나 익숙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새롭고 놀라운 관점을 깨우쳐 준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라는 행사였습니다.
“변화와 창조를 즐기는 대한민국의 혁신가 100명이 모여 뭔가를 하는 행사예요. 정확히 무엇을 할지는 와서 보시면 알 거예요.”
미리 규정하지 말고 현장에서 의미를 발견하라는 초대의 말이었습니다.
▲’백 번의 마주침, 천 개의 대화, 만 개의 영감’을 표방한 행사에 모인 대한민국 혁신가들
저는 몇몇 사회공헌 캠페인의 사례를 진행했다는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지요. 행사장에 가보니 대략 1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있었는데, 이들은 예술, 공연, 건축, 디자인, IT,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참가자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각자의 재능을 통해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는 일반적인 세미나가 아니라 ‘Unconference’를 표방하는 색다른 체험의 장이었습니다.
‘Unconference’에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이 모든 형식과 내용을 참가자들이 알아서 정합니다.
여러 사람이 만나 형식과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기와는 다른 새로운 인생 이야기가 들립니다.
각자의 인생과 인생이 모여 끊임없이 스파크가 튀고, 생각과 가치관의 이종결합이 너무나 재미있는 서사를 만듭니다.
이를테면 ’50년 후 어린이 대공원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이에 앞서 다양한 직종의
참가자들이 ‘나는 누구이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를 공유합니다.
특정 직업의 회의라면 정해진 과제에 꽉 짜인 솔루션의 틀을 맞추기 위한 회의가 되겠지만,
여기서 어떤 이는 예술가나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어떤 이는 스타트업 CEO의 관점에서, 어떤 이는 IT 테크놀로지스트의
관점에서 어떤 이는 시 공무원 입장에서, (그리고 저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씨줄과 날줄이 교묘하게 엮어지는 논의가 벌어지면서
흔히 얘기하는 간학문적(Interdiscipline) 경험이 되고 이종결합의 놀라움이 일어납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모든 이들의 거리는 금새 좁아지고 공감이 생기고 협업의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능동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Unconference’ 행사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의미
그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혁신가들 모두가 공감했던 주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최근에 한 일, 멀리 보면 수년간 한 일 중 가장 인상적인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대개 이런 경우 우리 광고인들은 특정 캠페인을 진행했던 일, 가족 또는 친구와
재미있게 여행을 떠나거나 놀았던 추억,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나 미드, 또는 자신의 열정적이었던 취미생활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가 향후 5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 볼까요?
아마도 자기 계발과 가족의 건강, 일에 있어서의 성취 등이 생각날 것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사건이 모두 ‘나’를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한 일과 향후 5년간 할 일이 ‘①나 ②사회 ③지구’를 위해서였는지,
그리고 이들이 ‘ⓐ유지 ⓑ개선 ⓒ창조’를 위해서였는지 나의 ‘Life Matrix’를 통해 생각해보니,
내가 그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는 게 의미 있을 지 알게 됩니다. 놀랍게도 저를 제외한
사회의 혁신가들은 나보다는 사회와 지구를, 유지보다는 개선과 창조를 위해 삶의 에너지를 쏟고자 했던 분들이었습니다.
▲’My Life Matrix’를 통해 본 내 인생의 가치는? (출처: 소셜픽션연구소 이원재 소장)
이렇게 나와는 다른, 그러나 조금은 더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분들과 가치관을 공유하다 보면, 나 이외의 타인과 사회에게
유지보다는 개선과 창조를 위해 행복하게 잘 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신뢰를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고, 건전한 주위 환경을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바로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라는 화두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우리 인생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우리 사회와 기업들에게도 그러한 지속가능성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던 것이
제가 굿컴퍼니솔루션센터(GCSC)에서 일하게 된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
이제 저는 ‘지속가능성’이라고 쓰고 ‘GCSC의 가장 큰 철학’이라고 읽습니다. ‘마켓 3.0시대’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경제적인 성장은 물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이야기했던 필립 코틀러의 책으로만 배웠던 언어가 100명의 혁신가들과 같이 했던
경험을 통해 새롭게 체화되고, 지금 하고 있는 GCSC의 업무에도 생생히 살아있는 원칙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를 통해 다양한 직종의 혁신가 100명이 모여 100명의 강의가 아닌 100X100의
영감을 나누고, 예술과 IT와 디자인과 마케팅을 넘나들며 이종결합의 크리에이티브에 놀란 것 외에도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즐거움’을 새롭게 알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오랜 사회화 과정으로 감정의 마비가 온다고 하지요.
하지만 뜻밖의 새로운 경험과 혁신의 자극은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놀이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열띤 소통과 교류, 함께 나누고 싶은 열정을 일으킵니다.
▲(왼쪽) ‘제너럴닥터’와 같은 혁신가들과 협업을 준비 중인 GCSC (출처: 다음 스토리볼 제너럴닥터 정제닥의 당연하지)
(오른쪽) 세상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알려 준 의 인연
현재 GCSC에서 진행되고 있는 몇몇 프로젝트는 이렇게 만난 혁신가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한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에는 인간적인 의료를 지향하는 의료조합 ‘제네럴닥터’와
즐겁게 일을 함께 하고 있으며, 기타 프로젝트에는 관련 디자이너 및 사회적 기업에 다니는 분들과
열정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습니다.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나보다는 ‘사회’와 ‘지구’를, 차별성보다는 ‘가치’를 찾아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 모두가 행복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GCSC에 몸담고 있는 이의
신념을 생각해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