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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에서는 한 치의 오차가 즉시 오류로 이어진다. 
그런 디지털 세계에서 예술성을 겸비한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마케팅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제일기획의 
디지털 모뉴먼트 솔루션 SoDA(Synchronization of Display Assemblage)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크고 아름다웠다

201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15에 

갤럭시 스튜디오를 오픈할 예정인데, 

그곳에 거대한 미디어월이 들어서야 한다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받았다.

클라이언트의 콘셉트에 맞춰 모든 화면을 갤럭시 디바이스로 구성해야 하다 보니 
준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갤럭시 탭S 10인치 512대로 구성된 
이 거대한 미디어월에 때로는 하나의 화면처럼, 때로는 각각 따로 놀듯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미디어아트를 담아내야 했다. 
512대를 모두 연결하는 작업도 그렇거니와 워낙 거대한 스크린이다 보니 
삽입해야 하는 영상의 사이즈가 일반 TV로 보는 영상의 50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문제는 사이즈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유명 코믹스 회사인 마블의 어벤져스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보안 이슈 및 규제들이 맞물리면서 작업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1. 마블의 어벤져스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업한 CES 2015 갤럭시 탭S 멀티월.
 2. CES 2015 갤럭시 스튜디오 전경. 갤럭시 탭S 멀티월이 상영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라스베이거스의 CES 현장에 도착 후 설치 작업은 
비교적 순조로웠으나, 와이파이를 통해 신호를 제어하는 
멀티월의 시스템 구조상 외부 네트워크 신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에 온 방문객들의 디바이스가 모두 네트워크를 사용하다 보니 
방문객이 빼곡하게 공간을 채울 때면 멀티월 속 영상이 신호를 잃었다가 
다시 붙으며 널뛰기를 하는 것이었다. 결국 CES 기간 내내
디바이스의 신호가 끊길 때마다 연결하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

그런 노력들 때문인지, 멀티월이 설치된 갤럭시 스튜디오는 
CES 2015 기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부스로 소개됐다. 
멀티월 또한 수많은 매체에 소개됐는데, 

기술이 이렇다 저렇다는 다른 말들보다 더 깊이 뇌리에 남는 문구는 바로 
‘크고 아름다웠다’라는 바로 그 말. 

첫 시도였던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던 프로젝트지만,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영상 매체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제는 예술,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2015년 3월, 디자인을 중시한 갤럭시 S6의 발표에 맞춰 영상을 송출하는 
스크린의 역할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제안이 있었다.

수족관 안에서 마치 갤럭시 S6 100대가 줄을 지어 유영하는 느낌을 주면서, 
영상이 반복되도록 배치해 아름다운 패턴으로 만들어야 했던 갤럭시 S6 모뉴먼트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기획이 진행됐다. 
100대의 갤럭시 S6가 제각각의 각도로 배치돼 마치 하나의 선을 그리듯이 줄을 섰고, 
설치된 콘텐츠 또한 제품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형태로 제작돼 
방문객들의 입에서 “아름답다”라는 탄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CES와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CES 때의 경험이 있기에 나름의 준비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을 
무선 AP와 디바이스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현장 네트워크 채널을 분리해 최대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인파가 몰리자, 시스템이 흔들리고 말았다.


 ▲ 3. 갤럭시 S6 언팩 현장의 갤럭시 S6 모뉴먼트 앞에서 촬영 중인 전 세계의 미디어들.
4. MWC 2015 현장의 갤럭시 S6 모뉴먼트.

그런데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막다른 곳에 몰린 쥐에게도망갈 구석을 주지 않으면 고양이를 물듯이, 
신호 간섭 상황에 몰린 디바이스의 와이파이가 다른 곳으로 붙을 수 있게 
통로를 하나 더 만들어준 것이다. 각 디바이스가 2개의 SSID만을 바라보게 한 다음,
붙어 있는 신호가 약해지거나 방해를 받았을 때 현재의 SSID에서 

다른 SSID로 건너가게 만들었다. 그러자 신호가 떨어지는 빈도수가 크게 줄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우리가 이른바 ‘현장지변’으로 부르는 이러한 난관은 치밀하게 준비해도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콜럼버스가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했듯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에서 바로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 순간이 도전, 그 속에서의 발전

삼성 언팩(Samsung Unpacked)과 MWC에서 한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이번에는 솔루션을 ‘Wireless 시스템’이 아닌 ‘Wired 시스템’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 5가 공개되는 하반기 삼성 언팩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8월 뉴욕에서 개최한 하반기 언팩 이후 
바로 베를린의 IFA 현장에서도 모뉴먼트를 설치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더욱 더 안정된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와이파이로 신호를 동기화하던 기존의 시스템을 버리고, 
모든 디바이스를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통해 제어하기로 했다. 
항상 그래왔지만, 디지털 모뉴먼트 솔루션은 모뉴먼트에 부착될 제품이
발표되기 이전에 솔루션 개발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전히
모든 가능성들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착수해야 했다. 
그래서 일단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의 시리얼 통신 모듈이 열려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모든 디바이스에 ADK 보드를 물려서 영상의 동기화를 테스트했다. 
결과는 대만족. 와이파이를 사용한 기존의 솔루션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으로 
복잡한 형태의 솔루션이었지만, 안정성과 영상의 동기화 수준에서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5. 뉴욕에서 개최한 하반기 언팩 현장의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 모뉴먼트.
6. 기어 S2의 언팩 현장.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 모뉴먼트를 바라보고 있다.

모뉴먼트의 형태도 점점 복잡하게 발전됐다. 
언팩 때의 모뉴먼트가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목적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아름다운 동시에 경외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제품 수량 또한 238대로 늘어나고, 외형 또한 복잡한 물결 형태로 배치됐다.

거대한 스크린 같았던 CES 때의 멀티월과는 달리 
제품이 배치된 모양이 하나의 흐름을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 구성 또한 전체 모뉴먼트의 구조에 맞춰야 했다. 
또한 이번 디지털 모뉴먼트에는 숨겨진 필살기를 준비했다. 
바로 238대의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의 전면 카메라가 
동시에 켜지면서 마치 만화경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것. 
언팩 행사 당일 카메라 모드가 발동되자, 
방문객은 물론 클라이언트에게서도 내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미 복잡해질 만큼 복잡해진 디지털 모뉴먼트 솔루션에 
카메라 모드를 포함시키는 것 또한 큰 도전이었지만, 
현장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상 그 이상의 감동과 놀라움을 위해


 ▲ 7. IFA 2015 현장. 모뉴먼트 구동을 위해 세팅 중이다. 
8. SoDA의 뒤편. 아름다운 모뉴먼트 뒤로 복잡한 시스템이 숨겨져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IFA 2015 현장.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저런 요청들이 생겨난다. 
빈틈없이 준비하고 또 현장에서 심장에 절구질을 하면서도, 
막상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과 희열이 프로젝트를 지속하게 하는 힘을 준다. 
관람객들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백조가 물 밖으로 보이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물 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을 저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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