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발길이 늘고 있습니다. 흔히 ‘여름휴가’ 하면 해변에서 즐기는 물놀이를 떠올리기 십상인데요. 실내 공연장이 주는 피서의 낭만 또한 매력적이라는 사실. 첫사랑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로맨스 뮤지컬부터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연극까지… 취향 따라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름날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공연 6편, 제일기획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립니다.
Part 1. 어깨가 들썩들썩, 신나게 즐겨볼까?
뜨거운 더위와 높은 습도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기분을 ‘업(UP)’ 시켜줄 엔도르핀! 무더위로 녹초가 된 우리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뮤지컬 두 편이 여기 있습니다.
첫사랑을 노래하다 ‘리틀잭’
따뜻한 조명이 내리쬐는 작은 무대, 그 위로 맑고 청량한 멜로디와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울려 퍼집니다. 낭만적인 분위기와 감미로운 음악에 기분 좋게 취하는, 그야말로 맥주 한잔하며 즐기고 싶은 공연. 바로 뮤지컬 ‘리틀잭’입니다.
ⓒHJ컬쳐
배경은 1960년대 영국의 한 라이브 클럽. 이 작품은 주인공 ‘잭’의 이야기와 노래로 꾸며집니다. 연인 ‘줄리’와의 만남부터 사랑·이별·재회에 이르는 과정이 대사와 노래 그리고 회상 장면으로 그려지죠. 이 작품의 포인트는 △건반 △베이스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가 무대에서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인데요. 생생한 밴드 사운드에 맞춰 몸을 까딱이다 보면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앙코르 무대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신나는 커튼콜을 즐길 수 있습니다.
ⓒHJ컬쳐
● 기간: 7월 1일~8월 20일 ●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엽기 발랄한 좀비들의 향연 ‘이블데드’
뮤지컬 ‘이블데드’는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 5명이 우연히 악령을 깨우면서 좀비와 대결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B급 코미디’가 더해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데요. 일단, 노래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좀비를 처음 본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담은 대표곡 ‘조낸 퐝당해’만 봐도 알 수 있죠. 코믹한 가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걸리는데요. 영화 ‘라라랜드’, 드라마 ‘도깨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등 다양한 작품을 패러디한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쇼보트
뭐니 뭐니 해도 이블데드의 백미는 좀비들의 댄스 타임! EDM 리듬에 맞춰 군무를 펼치는 좀비들의 모습은 ‘좀비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감하면서 신나는데요. 흥을 주체할 수 없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좀비들의 댄스에 함께 참여하면 됩니다. 좀 더 ‘스펙터클’ 한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무대 앞 스플래터석을 추천합니다. 좀비들이 뿌려주는 피를 온몸으로 맞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쇼보트
● 기간: 6월 24일~9월 17일 ●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
Part 2. 여름엔 역시 ‘등골 오싹’ 스릴러
계절마다 어울리는 공연 장르가 있기 마련이죠. 더위가 일상이 된 요즘에는 짜릿한 스릴러가 ‘딱’ 입니다. 한여름의 폭염을 잊게 해줄 스릴러 공연, 만나볼까요?
소녀의 죽음과 사라진 범인 ‘인터뷰’
런던의 작은 사무실.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킴의 사무실에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고든이 찾아옵니다. 그는 “1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이 유진킴”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날카로운 심리전으로 바뀌어갑니다. 마침내 흩어진 기억이 조합되고 한 소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과 놀라운 반전이 드러나는데요.
ⓒ창작컴퍼니다
뮤지컬 ‘인터뷰’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가 더해진 한 편의 잔혹동화입니다. 오롯이 피아노 한 대로만으로 연주돼 캐릭터 간 신경전이 더욱 긴장감 있게 표현되는데요. 이 작품의 압권은 해리성 정체 장애. 즉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싱클레어 고든이 상반된 인격을 오가며 광기를 표출하는 장면입니다. 관객 모두를 숨죽이게 만드는 순간이죠.
ⓒ창작컴퍼니다
● 기간: 6월 1일~8월 20일 ● 장소: 대학로 TOM(티오엠) 1관 |
차가운 현실에 대한 냉소 ‘글로리아’
고상함 뒤에 숨겨진 인간의 위선과 가식은 때때로 서늘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연극 ‘글로리아’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풍자합니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미국 뉴욕 한복판에 위치한 잡지사. 주인공 글로리아는 가장 오래 근무했지만 동료들에게 철저히 외면받는 존재입니다. 그녀에게 직장은 ‘삶의 터전’이자 아는 사람도 직장 동료들이 ‘전부’인데 말이죠. 글로리아의 집들이가 있던 날, 방문한 사람은 오직 편집자 ‘딘’뿐입니다. 그날 이후 사무실에서 사라진 그녀. 며칠 뒤 예상치 못했던 글로리아의 등장과 함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은 성공적인 초연에 힘입어 올해 재연으로 다시 돌아왔는데요. 소외된 인물을 이용,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조명합니다. ‘당신은 직장에서 어떤 존재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글로리아. 인간의 양면성이 보여주는 또 다른 차원의 오싹함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
● 기간: 7월 14일~8월 13일 ● 장소: 아트원씨어터 3관 |
Part 3. 우아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공연을 찾는다면? 뮤지컬 ‘레베카’와 ‘시라노’가 안성맞춤입니다.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두 작품, 함께 보시죠.
압도적 서스펜스 로맨스 ‘레베카’
쉴 새 없이 전환되는 거대한 무대 장치와 기술 효과, 조명 등은 대형 뮤지컬이 가지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뮤지컬 ‘레베카’는 맨덜리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주축으로 하는데요. 전(前) 부인 레베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막심과 새 아내인 ‘나’의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합니다.
ⓒEMK뮤지컬컴퍼니
이 작품은 ‘무대 예술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둠 속 파도가 몰아치는 스산한 바닷가 영상 △웅장하고 화려한 맨덜리 저택 △보라색 커튼이 휘날리는 레베카의 방 △실제 불을 사용한 시각적 효과… 각 장면 하나하나가 미스터리한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데요. 마치 객석이 아닌 저택에 직접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폭발적 가창력으로 완성되는 댄버스 부인의 테마곡 ‘레베카’도 압도적인데요. 노래가 흘러나오면 객석 곳곳에서 탄성과 눈물이 쏟아지곤 합니다.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닌 맨덜리에서의 여름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
● 기간: 8월 10일~11월 12일 ●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슬픈 사랑의 세레나데 ‘시라노’
오케스트라가 자아내는 웅장한 사운드는 대형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뮤지컬 ‘시라노’는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대표곡)’의 작곡가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한 여인을 향한 주인공 시라노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오케스트라 선율과 배우들의 연기가 단연 돋보입니다.
ⓒ프로스랩
유려한 검술 실력과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재주를 가진 주인공 시라노. 그는 ‘보통 사람보다 크고 못생긴 코’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하는 록산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요. 나날이 커져가는 마음과 다가갈 수 없는 현실… 시라노의 순애보는 미련할 정도로 애틋합니다. 특히 뮤지컬 넘버 ‘나 홀로(Alone)’는 가슴 아픈 짝사랑을 잘 표현하는데요. 낭만 검객이 부르는 세레나데는 여름밤 낭만에 빠지기에 충분합니다.
ⓒ프로스랩
● 기간:7월 7일~10월 8일 ● 장소: LG아트센터 |
아직 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하셨다면 공연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재미와 감동으로 꽉 채운 공연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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